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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등돌린 나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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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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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 / 논설위원

해외투자 봇물… 기업 탈출 현실화 / ‘反자유시장경제’ 정책이 부른 재앙 / 김상조, “왜 여당이 기업 걱정하냐” / 기업 떠난 자리엔 가난이 넘칠 것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투자에 나섰다. 조지아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16억7000만달러짜리 공장이다. 수요가 늘면 50억달러까지 투자하기로 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액수다.

왜 미국으로 간 걸까. 그곳에서 기업의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장은 크고, 세금은 가볍다. 규제 벽은 낮고, 정책은 투명하다. ‘아메리카 퍼스트’로 높아진 무역 장벽도 가볍게 뛰어넘는다. 야구장 91개만한 땅은 거저 얻었다. 가벼운 법인세도 모자라 주정부는 파격적인 세금 감면까지 해 준다. 그뿐인가. 그곳에는 4차 산업혁명의 용광로까지 끓어오르고 있지 않은가.

그런 곳을 외면한다면? 바보다. 백이면 백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SK만 그런 걸까. 많은 기업은 같은 길을 걷는다. 삼성의 텍사스주 반도체 투자, LG의 테네시주 세탁기 투자, 농심의 대미 투자 결정…. 미국 투자 대열에 나서지 않은 곳은 드물다. 열풍은 북미에만 부는 걸까. 인도·동남아·남미·유럽으로도 간다. SK이노베이션, 중국 창저우·폴란드에도 수천억원대의 투자에 나섰다. 기업은 떠나고 있다. 시장을 찾아, 더 나은 생태계를 찾아. 철새가 풍요로운 서식지를 찾아 가는 것과 똑같다.

탈(脫)한국. 그런 흐름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렇게 부를 수밖에 없다. 요란한 일자리 아우성. 그런데도 투자는 실종 상태다. 봇물을 이루는 것은 해외투자뿐이다.

“왜 떠나냐”고? 주저앉아 있으면 망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법인세 인상, 친노동 규제, 끝없이 이어지는 ‘먼지 털기식’ 조사…. 회계 기준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무시된다. 대기업을 범죄 집단쯤으로 취급한다. 큰 시장이라도 있는가.

“왜 잡아두지 못하느냐”고? 경제 패러다임은 바뀌었다. 높은 장벽을 쌓아 자본 흐름을 막는 시대가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들어선 후 자유무역은 시장과 이익을 찾아 이동하는 ‘노마드 기업시대’를 열었다. 이미 수십년 됐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그 말은 한 꺼풀 벗겨 보면 경쟁력 없는 곳에 눌러앉아 있으면 파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차가 1997년 아산공장 투자 후 국내투자를 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삼성·현대·LG도 똑같다. 업종에 따라 국내 매출은 20∼30%를 넘지 못한다. 세계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내일은 없다. 그러기에 ‘파산의 망령’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떠난다.

정부가 할 일은? 더 나은 투자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 일자리가 생기고, 부가 창출된다. 지금 정부는 그런 이치에 담을 쌓은 것 같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왜 여당이 기업 걱정을 하느냐”고 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걱정하는 여당 의원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수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야 죽든 말든 최저임금을 턱없이 올린 것인가. 그런 생각으로 규제 개혁을 아예 입에 담지 않는 건가. 그런 생각으로 노조를 옹호하고 불법이 발견될 때까지 기업의 먼지를 터는 걸까.

김 위원장만 그런 부류일까. 대통령, 청와대 참모, 장차관이 모두 대동소이하다. 자유시장경제? 그 말은 사어(死語)가 되다시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조차 입만 열면 외치던 그 말을 이제 누구도 입에 올리질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그렇다. 규제개혁, 노동개혁, 기업 경쟁력…. 그런 말도 사라진 고어처럼 변했다. 오로지 외치는 것은 소득주도성장뿐이다.

이런 판국에 탈 한국 현상이 빚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월가의 황제’라는 JP모건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 이런 말을 했다. “어느 나라에서든 민간 기업은 진정한 성장 엔진이다. … 중소기업뿐 아니라 성공한 대기업 없이 부강해진 나라는 없다.” 자유시장경제를 좀먹는 미국의 규제를 두고 한 말이다. 우리 기업은 그런 미국을 ‘천국’으로 생각한다. 얼마나 우리의 토양이 척박하면 그럴까.

기업이 등을 돌린 나라의 미래는 무엇일까. 자동차공장과 조선소가 문을 닫은 황폐한 군산과 거제. 그것은 내일의 나라 모습이다. ‘정부발 재앙’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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