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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윤동주와 NHK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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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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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진 / 일본 릿쿄대 교수

   
 

영화 `동주`가 얼마나 많은 이에게 윤동주 시인을 새롭게 떠올리게 했는지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릿쿄대에서도 2016년, `70년을 넘어 만나는 윤동주와 릿쿄생`이라는 주제로 `동주`의 일본 첫 상영과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이었던 이듬해에는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연세대·릿쿄대 학생들의 연극, `미안합니다, 동주`, 다큐멘터리 `불멸의 청년 윤동주` 등 다양한 작품으로 시인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동주`에는 상상 속 인물인 릿쿄생 `쿠미`가 등장한다.

동주가 시인으로서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의 얼굴은 시인을 사랑하는 수많은 일본인 모습을 담고 있다. 그 속에는 몰랐던 조선인 유학생의 시와 그 시대를 배워가는 학생들도 있다. 또 엄마 무릎에 앉아 `겨울연가`를 보던 꼬마도 있고 지금은 방탄소년단(BTS)의 열렬한 팬이 된 이들도 있다. 윤동주 시인은 1942년 4월 릿쿄대에 입학해 10월까지 머물렀다. 대학 원고지에 썼던 시 5편은 그의 생애 마지막 기록이다. 창씨개명을 하고 떠나 온 일본 유학생활에 대한 부끄러움, 멀리에서 학비를 보내주는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타국에서 겪는 외로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레는 맘으로 교실로 향하는 유학생 동주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릿쿄대 시절 사진 속 시인은 짧게 깎은 머리를 하고 있다. 옌볜 출신 기독교인들은 캠퍼스에 상주하던 헌병들의 감시 대상이었다. 이들은 군사훈련에 빠지는 학생들을 주시하고 바리캉을 들고 다니며 학생들의 머리를 밀었다고 한다. 성공회가 설립하고 의대나 공대가 없던 릿쿄대에서 가미카제로 징집된 학생이 그리도 많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올해 2월 윤동주 시인의 생애를 다룬 새 다큐멘터리가 NHK교육방송에서 방영됐다. `시인 윤동주를 이어 읽는 사람들`이다. 일본에서 제작된 네 번째 방송 다큐다. 첫 작품은 1995년 NHK와 KBS가 공동 제작한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윤동주·일본 통치하의 청춘과 죽음`이다. 일본 각지에서 윤동주 추모 모임이 시작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 작품 역시 제작기간 4년을 거쳐 어렵게 완성됐다.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행해진 생체실험에 희생됐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시청자들에게 더 깊은 고민을 하게 한다.

요즘 들어 TV에 자주 등장하는 `지한파(知韓派)`. 악화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라는 어느 지한파의 말에 언짢다가도, 또 하나의 소중한 윤동주 다큐를 선사한 NHK를 생각하면 다시 힘을 얻는다. 개강을 준비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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