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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政 100주년에 떠올리는 국호 '대한민국'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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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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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철 / 동국대 교수·역사학

민초들의 피와 땀 속에 핀 '한국'
여전히 분단된 채 갈등 중이지만
'一通三韓'의 큰 소명 받들어야

   
 

100년 전 따뜻한 봄날, 4월 11일. 오랜만에 고귀한 꽃봉오리들이 활짝 피었다. 비록 ‘임시’였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것이다. 이미 20여 년간 숱한 의병들, 독립군들은 이 땅과 만주에서 피를 흘리고, 뼈를 바수면서 독립의 거름이 됐다. 마침내 곳곳에서 독립선언서들이 발표됐고, 그 힘을 모아 통합정부를 수립했다. 1919년 4월 10일, 첫 의정원(국회)에서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결정했고 다음날 정부수립과 함께 전 세계에 공표했다. 그후 26년 동안 ‘대한민국’은 우리 민족의 생명이요 삶 자체였다.

그럼 임시정부는, 그리고 조선정부와 고종은 왜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꿨을까. 모든 존재에게 이름은 정체성의 핵심이다. 국호는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와 가치, 세계관, 역사관, 발전목표 등을 고려하고, 자연환경을 비롯해 신앙 종교 민속 역사상까지 반영한 결과물이다.

500년을 사용한 ‘조선’을 버리고 ‘한국’을 채택했을 때 엄청난 논란이 있었다. 그때 고종은 우리나라는 곧 ‘삼한(三韓)의 땅’이라며, 외국에도 그렇게 알려졌다고 말했다. 또 황제 즉위식 전날인 1897년 10월 11일의 어전회의에서 총리대신 심순택은 “우리 ‘조선’은 기자가 봉해졌던 ‘조선’에서 유래한 국호”라고 하면서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 조선은 단군의 조선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韓)’은 알타이어에서 ‘han’ ‘khan’ ‘kan’ ‘gan’ 등으로 발음되는데, 한글 한강 등에서처럼 ‘하나’ ‘크다’ ‘길다’ 등 최고라는 뜻을 담은 말이다. 한자로는 韓, 漢, 丸, 汗, 干, 可汗 등으로 표현했다. 특히 신라에서는 ‘거서간’ ‘마립간’처럼 임금을 뜻했고, ‘각간’ ‘오간’처럼 관직에서도 사용됐다. 가야에서도 사용했다. 돌궐제국의 계민가한(啓民可汗), 거란의 무상가한(無上可汗), 몽골 제국의 칭기즈칸(成吉思汗) 등도 똑같은 의미다. 또 고구려의 환도, 백제의 한성, 발해의 홀한성처럼 수도를 나타냈고, ‘한국’처럼 나라를 표현했다. 몽골계가 세운 킵차크한국, 시비리한국 등과 튀르크계가 세운 크림칸국, 부하라한국을 비롯해 역사상에는 40개에 이르는 한국이 있었다.

대한제국은 우리의 국명이었고, 그래서 독립신문을 비롯한 모든 언론과 애국지사들도 ‘대한’ ‘한국’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합병 직후 3대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순종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칙령에다 “한국(韓國)이란 국호를 개정해 지금부터 조선(朝鮮)이라 칭한다”고 선언하게 했다. 이후 일제는 법령으로 ‘대한’ 국호를 말살시키고, 모든 활자매체에서도 ‘韓’이란 이름을 지우게 했다. 일본은 지금도 조선이란 용어를 선호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만주에서 활동한 독립군들은 ‘대한독립군’이란 이름을 썼고, 그래서 단군기원 4252년(1919년) 2월에 최초로 발표한 ‘대한독립선언서’에는 ‘우리 대한’ ‘한남 한녀’ ‘단군대황조’ 등의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반면 ‘3·1 기미독립선언서’는 일제하라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었겠지만, 아쉽게도 제목에 ‘선언서’라고만 썼고, 내용에서도 ‘조선’이라고 표현했다. 대한민국은 헌법 전문에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이라고 해 ‘한국’의 정통성과 계승성을 표방했다.

일제강점기에도 ‘한국’ ‘조선’이란 이름으로 나뉘었고, 때로는 독립운동과 전쟁의 방략을 둘러싼 갈등도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한국과 조선으로 분단된 채 갈등 중이다. 성장한 일본과 통일된 중국이 우리를 강력하게 압박하는데도 말이다.

100년 전에도 핀 봄꽃들이 지금 남한과 북한, 만주와 중국, 미국, 심지어는 일본의 산과 들에서도 흐드러지고 있다. 김유신은 말했다. ‘일통삼한(一通三韓).’ 아,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커다란, 하늘의 선택을 받은 나라 ‘한(khan)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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