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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주춤한 지금이 제조 강국 재도약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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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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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반도체 등은 초격차 유지하고 / 초격차 힘든 분야는 차별화해야

   
 

중국의 제조경쟁력이 강화되며 한국 제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중 기술 격차는 2010년 산업 평균 2.5년에서 2014년 1.4년, 지금은 1.0년 아래로 줄었다. 특히 미래 공장을 디자인하는 스마트제조 분야는 격차가 불과 0.6년이다. 자율주행차·바이오헬스·지능형로봇 같은 신산업분야에선 혁신성장 역량이 중국에 뒤처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기술 격차도 줄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 전선에도 이상이 생긴다. 수출 전반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무역특화지수는 한국이 0.18로, 중국의 0.12보다 높지만, 자동차·스마트폰의 중국 판매 급감에서 알 수 있듯 수출 경쟁력이 약화한 주력 산업이 늘고 있다.

우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첫째, 장기적·체계적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인더스트리 3.0이 있지만, 이름부터 4차 산업혁명과 엇박자인 느낌이다. 중국은 5개년 경제계획 때마다 강력하고 일관된 산업 고도화 정책을 펴왔다. 그 백미는 2015년 수립한 ‘중국제조 2025’ 정책이다. 독일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10대 전략산업을 선정해 2025년까지 노동집약에서 기술집약,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 대규모 생산에서 대규모 맞춤형 생산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실마리가 됐지만 강력한 중국 제조경쟁력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도 됐다.

둘째,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필수다. 메모리 반도체처럼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에선 소재·기계장비 기술 등 관련 생태계 조성과 공급체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초격차를 유지토록 해야 한다. 기술 격차 유지가 어려운 분야에선 다른 분야와의 융합과 인수·합병(M&A)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 바람직하다. 기능·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기능성 의류, 프리미엄 가전 등은 융합을 통한 차별화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한류 경쟁력, K-POP 등 문화 상품과 콘텐츠까지 융합하고 M&A를 활용하면 차별화 전략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셋째, 4차 산업혁명시대엔 미래 핵심 기술과 관련된 신산업 경쟁력이 중요해진다. 자체로 미래 먹거리인 데다,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핵심 인프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ABCD(인공지능·블록체인·클라우드컴퓨팅·빅데이터) 육성 전략처럼 전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래 핵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중국은 그중 인공지능(AI)을 핵심으로 보고 시진핑 주석이 직접 AI 활용을 독려한다. 안면 인식 기술에선 세계 톱이다. 우리는 AI는커녕 AI의 필수 요건인 빅데이터 사용 자체가 막혀있다. 국회에 상정된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의료법의 전향적 개정이 필요하다.


넷째, 민간의 치열한 경쟁과 협력 유도도 중요하다. 한국은 기업의 각자도생 전략 일변도지만, 중국은 기업 협력이 활발하다. 중국의 대표 ICT 업체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는 지난 20여 년간 도처에서 전투를 벌였지만, 과잉 투자 경쟁에 휘말릴 수 있는 곳에선 중국 정부 중재 하에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바이두가 AI를 활용해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알리바바는 스마트시티, 텐센트는 의료영상 분야에 집중하는 게 대표적이다. 5G 시대를 앞두고 과잉 투자 경쟁이 우려되는 우리가 곱씹어볼 만하다.

시공간의 제약 없는 디지털 시장의 확장성을 활용해 신산업 벤처 창업을 활성화하고, 제조업 공동화를 막기 위해 해외에 나간 한국 기업의 U턴 정책도 고려할 만 하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주춤하고 있는 지금, 한국의 제조 강국 재도약 계기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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