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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고려인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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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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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 / 논설위원

   
 

지난해 7월 ‘핵주먹’으로 유명한 프로복서 겐나디 골롭킨(37)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그 무렵 알마티에서 승용차 사이드미러를 훔치려는 괴한 두 명과 싸우다 흉기에 찔려 2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피겨스케이팅 선수 데니스 텐과 생전에 찍은 사진이었다. 골롭킨은 5000여 명의 추모객이 모인 가운데 시민장으로 엄수된 텐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 종목도 다르고 나이 차도 적지 않은 카자흐스탄의 두 국민 영웅을 하나로 묶어준 공통분모는 고려인이었다. 소치 겨울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텐은 대한제국의 의병장 민긍호 선생의 후손이다. 골롭킨의 외조부 세르게이 박도 어릴 때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실려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이다.

1937년 스탈린 독재 치하에서 중앙아시아로 끌려간 한인의 후손인 고려인은 현재 50여만 명에 달한다. 고려인이 즐겨 먹는 음식은 ‘밥이물이(물에 만 밥)’와 ‘짐치’다. 짐치는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젓갈 대신 후추와 상채(향채의 일종)로 맛을 낸 중앙아시아식 김치다. 집 근처 자투리땅에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재배해 가며 음식 문화를 지키려 노력한 결과물이다. 백태현 키르기즈한국대 교수는 “짐치는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 나간 ‘김치 순례’의 첫 작품이다. 김치가 가야 할 길을 앞서 온 것”이라고 했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고국의 문화를 지키며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하는 데에는 ‘고본질’이라는 특유의 영농 방식이 도움이 됐다. 1953년 스탈린 사망 후 거주 이전 제한이 풀리자, 고려인들은 먼 곳의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다가 농한기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계절농업을 했다. 이를 고본질이라고 부른다. 친인척 및 지인을 중심으로 꾸려진 30∼50명 규모 공동체 ‘브리가다(작업반)’는 고본질의 중심이었다. 이 공동체는 한국 문화를 대물림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소련이 해체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자, 고려인 중에는 사업에 투신해 큰돈을 버는 이들이 생겨났다. 이때도 고려인 공동체는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중요한 장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이다.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영토 개척이 중요하다. 자원이 풍부해 성장 잠재력이 큰 중앙아시아는 매력적인 곳이다. 이른바 신(新)북방정책. 드라마와 케이팝 덕분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큰 점은 우리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다. 한국을 ‘할아버지의 나라’로 여기는 고려인들의 네트워크와 민족애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 중앙아시아를 여는 열쇠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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