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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해외동원 희생자 유해 봉환 서둘러야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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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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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 /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주일대사

   
 

올해는 3·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20세기 불행했던 역사를 차분히 되돌아보고, 나라를 잃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희생된 민초의 삶을 보듬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제의 식민 통치와 전쟁 수행에 동원된 희생자 대부분이 생활이 어려웠던 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당시 `황국신민`이라는 미명하에 아시아·태평양 각지에 동원되어 숨진 징병자·징용자·노무자들의 유해는 일본이 패전 후 책임을 방기한 가운데, 분단·전쟁의 와중에 국가를 건설해야 했던 신생 조국도 여력이 없어 수습하지 못했다.

무역 세계 7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의 중견국가로 성장한 지금, 역사의 그늘에서 망국의 고난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분들에게 따뜻한 국가의 손길을 보내는 것은 국격을 바로 세우고 우리 국민들에게 국가란 보호막의 존재 의의를 느끼게 하는 지름길이다. 해외에서 외롭게 숨진 채 70여 년이 지나도록 조국의 땅으로 돌아오지 못한 유해를 모셔 원혼을 위로하고 유족들의 한을 풀어드리는 일은 시급하다. 일제 해외 동원 희생자 수만 명 중 고국으로 봉환된 유해는 9000위에 불과해 상당수의 유해가 여전히 해외에 남아 있다. 2004년 한일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받아들여 유해 봉환에 합의했으나 이후 양국 관계의 부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군인·군속 유해는 2008~2010년 4회에 걸쳐 도쿄 유텐지(祐天寺)에서 400여 위가 봉환되어 망향의 동산에 모셔졌지만, 노무자 유해는 2011년 12월 강제동원진상조사위원회·후생노동성 실무합의로 최소 3000위로 추정되는 유골에 대한 공동 조사가 시작되었으나 일부가 봉환되기 직전에 한일 관계 악화로 무기한 연기됐다.

유족의 고령화와 함께 유해 봉환은 시급한 과제로 우리 정부의 역사적·정치적 책무다. 한일 관계가 오랜 기간 어려운 이때 해외한인유해 봉환을 협력우선사업으로 추진하여 실질적 성과를 거두어 관계 회복의 밑거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음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우선 2004년 한일 합의의 조속한 이행이다. 양국 정부는 신원이 확인된 유해의 봉환을 서두르고, 필요하다면 후속 합의를 보충하여야 한다. 양국 정부의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쉽게 협력 가능한 프로젝트다. 한일 관계 악화로 서로 상대방의 제안이 없음을 핑계로 협력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정치논리가 아닌 인도적 관점에서 쌍방 제안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

둘째, 해외 유해 발굴을 위한 한일 협력의 제도화다. 일본 정부는 2016년 약 112만명의 미수습 해외 유해 발굴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약 1만8000위에 달하는 유해를 수습하여 유족 DNA 감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굴된 한인 유해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공동 유해발굴을 요청하고, 사할린 징용자 유족들의 요구대로 유해의 신원·유족 확인에 필요한 유전자은행을 설치하여 일본 정부와 정보공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유해 수습·봉환·확인 업무는 장기 계획과 전문성이 필요하므로 전담 상설기구의 설치가 바람직하다. 총리실 산하에 관련 부처 인력으로 구성된 가칭 `해외한인유해봉환위원회`를 설치하면 좋을 것이다.

넷째, 한국은 한국전쟁 실종자 및 통일 시 북한 내 실종자 문제도 안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실종자위원회(ICMP) 가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ICMP는 1996년 유고내전 후 각국의 실종자조사위원회 간 국제공조와 기술지원으로 실종자 4만명의 70%에 달하는 유해 식별에 성공했고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유해 수습을 지원하고 있다. 실종자 유해 발굴은 전후 평화회복, 자연재해 복구 차원에서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많아 우리 다자외교 어젠다로 적합하며, ICMP가 인도양 쓰나미와 태풍 하이엔의 희생자 유해 발굴도 지원하였다는 점에서 아태지역사무소 유치도 추진해 볼 수 있다.

다섯째, 해외한인유해는 태평양·인도양 지역에서 미국, 러시아, 유럽 국가들이 관련되고 북한 출신도 섞여 있으므로 한일 외에 제3자와의 공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권을 상실한 시기에 이국땅에서 숨진 한인들의 유해를 조국에 봉환하는 일이야말로 국민을 도탄에 빠트렸던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또한 이런 사업은 어려운 한일 관계에도 협력을 통한 관계 개선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올해에는 우리 정부 주도로 해외한인유해 봉환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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