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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레이와 시대가 우리에게 던진 세 가지 도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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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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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새 일왕 시대, 새 한·일관계 요구… 한반도 넘어 글로벌 관점 필요
한·미동맹 기축 위에 中日 관계, 경제는 성장 기조로 복원해야

   
 

일왕(통칭 천황)은 정치적 권력자가 아니라 상징적 권위이다. 일왕의 교대기에 인물됨보다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하는 연유이다.

퇴위한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상징일왕제를 실천적으로 구현했다. '현인신(現人神)'으로 군림하며 국민 위에 서 있던 히로히토(裕仁) 일왕과 다른 민주국가 일본의 상징 일왕 지위를 정착시켰다. 대지진이 일어난 지역을 방문해 무릎을 꿇고 국민을 다독이는 모습은 '국민 속의 일왕'을 상징했다. 10대 초반에 전쟁에서 돌아온 귀환병들의 참상과 전쟁의 참혹함을 목격한 아키히토는 '전쟁 없는 평화'에 대한 희구가 강했다. 그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오키나와 등 전쟁 피해 지역을 자주 찾았고, 사이판에 갔을 때는 한국인 위령비에도 참배했다. 정치적 분열과 이념적 대결에 지친 일본 국민을 통합으로 이끄는 역할을 아낌없이 수행했다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아키히토 일왕의 헤이세이(平成) 시대는 냉전이 종식되어 미국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한편, 일본 내부적으로는 버블 경제가 종식되면서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저성장을 경험한 시기였다. 정치적으로는 자민당 우위 체제가 흔들리면서 정권 교체를 두 번이나 경험한 격동기였다. 헤이세이 시대의 일본은 경제 대국의 면모를 잃어갔지만, 미·일 동맹을 강화해가면서 일본이 지역 및 국제 안보에 대한 관여를 늘려가려는 보통 국가로의 탈바꿈을 시도했다. 경제 침체기였지만, 위기의식을 혁신으로 연결시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시기였다. 국내적으로는 사회당을 중심으로 한 혁신 세력이 가라앉으면서 일본 정치 보수화 물결이 강화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자학사관으로부터의 탈피라는 '역사의 재발견'을 통해 일본의 자긍심을 늘려가려는 움직임들이 활발해지고 그 연장선상에서 자민당의 부활이 나타난 것이 헤이세이 후반기였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즉위하면서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렸다. 나루히토는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전후 세대다. 전쟁과 식민지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첫 일왕이다. 하지만 아키히토의 엄숙한 가르침으로 역사의 교훈을 다음 세대에도 잇겠다는 의지는 강해 보인다. 그는 2년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유학하여 글로벌한 감각을 가지고 있고 '세계 물포럼'에 적극 관여하면서 국제 공공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질서 있는 아름다움과 조화로운 평화'라는 의미의 레이와 시대는 일본에도 많은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다시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성장 기조를 끌고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활력 있는 일본의 유지가 사회적 안정의 관건이다. 미·중 경쟁 시대에 일본이 어떻게 조화로운 외교 정책을 펼칠까도 커다란 과제다. 일본은 지금 미국과 굳건한 동맹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도모하면서 레이와 정신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자민당 우위 체제의 재확립으로 정치적 안정을 되찾았지만 역으로 자민당의 독주를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아름다운 일본을 건설해 가면서 역사의 부채를 어떻게 덜어가야 할지도 남은 숙제다.

레이와 시대를 맞아 한·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먼저 한반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글로벌한 관점에서 한·일이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가야 한다. 둘째, 미·중 경쟁 시대에 미국과 기축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 일본과 조화로운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셋째, 경제를 성장 기조로 복원하여 쌍방향, 호혜적 협력관계가 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확보해야만 당당한 외교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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