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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와 고노 다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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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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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 / 기자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가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받은 국내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대해 배상금을 강제로 지급받기 위한 과정에 착수했다. 남은 기간은 기껏해야 3개월. 일본 기업이 갖고 있는 한국 내 자산을 강제 매각하는 데 걸리는 절차상의 시간이다. 일본도 가만있지 않을 태세다.

한국 기업에 일본산 부품 공급을 중단하고 송금과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태가 이대로 이어지면 한일 양국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입게 된다. 한일 관계가 파탄 나는 것은 물론이고 양국의 경제적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원천기술과 핵심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이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지만 누가 더 손해인가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누군가 나서서 말려야 한다. 상대를 설득하든, 스스로 양보하든 함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외부에서 제3의 중재자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이 대목에서 한일 양국 외교 수장의 대응이 대조적이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출장 중이던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만일 한국 정부의 대응이 일본 기업에 실질적 손해를 발생시키는 상황이 되면,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기업의 손해를 그냥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적극적 태도가 감지됐다.

반면 내신 기자회견에 나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우리 국민의 권리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법원이 결정한 일이니 외교부는 알 바 아니라는 책임 회피와 방관의 모습이 느껴졌다.

강 장관은 또 "피해자 치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무리하고 억지스러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지, 외면하는 건지 답답하다. 만에 하나 일본의 보복 조치로 일본 부품을 사용하는 국내 공장이 중단되고, 비자 발급 중단과 불법체류자 조사로 일본에서 유학하고 생업에 종사하는 우리 국민들이 강제 송환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또 피해자 치유라는 것이 대법원 판결대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1인당 1억원씩만 강제로 받아내면 되는 일이던가.

사법부 판단을 인정하되 추가적 불상사 없이 피해자 치유를 할 수 있도록 상대국과 조율하고 협상하는 것이 외교부의 임무이고 외교부 장관의 존재 이유다.

정부조직법 제30조는 외교부 장관에 대해 외교, 경제외교 및 국제경제 협력외교, 국제관계 업무에 관한 조정, 조약 기타 국제협정, 재외국민의 보호·지원, 재외동포 정책의 수립, 국제 정세의 조사·분석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외교부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반추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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