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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점점 불평등해지는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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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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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코끼리 곡선’이라는 용어를 학계에 유행시킨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라는 저서에서 세계적 차원에서 불평등의 심화를 분석한 바 있다. 코끼리 곡선은 전 세계 사람들을 100개의 소득분위로 나누어 줄 세웠을 때 분위별 실질소득 증가율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곡선인데 마치 코끼리가 코를 높이 들어 올리는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었던 1988년부터 2011년을 대상으로 코끼리 곡선을 그려본 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수혜자와 낙오자가 너무도 확연하게 갈렸다고 평가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약속과 달리 모든 사람을 수혜자로 만들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신자유주의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 30여년간 성장의 수혜자와 낙오자를 소득계층별로 확연히 갈라놓았다.

우리나라 국민을 소득수준에 따라 10개 분위로 나누어 줄 세운 후 외환위기가 시작되는 1998년부터 2016년까지의 실질소득증가율을 살펴보면 상위 10%의 실질소득은 연 8~12%의 증가율로 매우 빠르게 증가하지만 하위 10%의 실질소득은 외환위기 이전수준으로 감소해 왔다. 기존의 박정희식 개발경제를 비판하면서 규제완화, 감세, 노동유연성의 증대, 자본 및 금융의 자유화, 보수적 재정운용 등을 옹호하는 신자유주의가 경제와 사회 전체로 급속히 확산된 결과이다. 집 없는 서민들은 전세 및 월세값의 폭등에 이리저리 거주지를 옮기고 있고, 가계부채는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 대다수 서민들은 원금을 갚기는커녕 이자 부담하기도 버겁다. 죽음의 작업장에 내몰린 청년 김용균은 지금도 도처에 흩어져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정부임을 자임하면서 점증하는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담대한 사회경제개혁을 이루겠노라고 약속하였다. 그런데 지난 2년간을 돌이켜 볼 때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완화되었는가? 서민들의 삶은 나아졌는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소득은 약간 증대하였지만 경기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일자리 창출은 지지부진하다. 사회경제적 불평등도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수세력의 지나친 발목잡기에도 그 책임이 없다 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정부가 자초한 잘못도 크다. 재벌개혁은 지지부진했고 그동안의 조세재정정책은 지극히 보수적으로 운용되었다. 부동산 문제를 기회주의적으로 관망하다가 서울아파트값을 폭등시켜 집 없는 서민들에게 엄청난 좌절감을 안겨줬다. 보수세력들은 예견된 결과라는 듯이 작심하고 비판을 가하고 있고 서민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쉰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단순히 정권을 담당한 특정세력의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집권 3년차로 접어드는 이때 문재인 정부는 과연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특히 한국 사회 불평등 증가의 원인과 관련, 잘못된 이론에 근거하여 잘못된 정책처방을 내린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그동안 청와대 정책실은 우리나라에서 전체소득 불평등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노동소득 불평등의 변화이고 이에 반해 자본소득 불평등의 변화가 기여하는 부분은 미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듯하다. 이 때문에 경제정책의 기조도 노동소득의 불평등 개선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을 뿐 자산소득의 불평등이나 자산의 불평등 개선에는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노동소득의 불평등 변화가 전체불평등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전체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평등이 가장 큰 소득형태는 자산소득이다. 자산소득이나 자산의 불평등을 개선하지 않고 전체소득 불평등의 개선을 희망하는 것은 마치 우리 몸에서 지방은 줄이지 않고 비중이 가장 큰 수분의 감소를 통해 체중을 줄이려는 시도와 유사하다. 우리나라에서 자산 및 자산소득의 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책은 부동산 정책이다.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또 하나의 잘못된 인식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 증가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때문이라는 인식이다. 만일 불평등 증가가 고령화 때문이라면 정부가 불평등 개선을 위해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정부정책이나 가계구성의 변화 등을 통제하고 나면 고령화는 불평등의 변화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은 숙명이 아니라 정책을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는 ‘선택의 문제’라고 한 바 있다. 우리 사회가 점점 불평등해지는 이유는 우리 정부의 잘못된 선택들 때문이 아니었나 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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