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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 도둑같이 왔듯이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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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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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 언론인

   
 

세월이 갈수록 역사 공부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역사를 공부하면서 평론을 쓴다는 것은, 나타난 사실들을 기억하고 평가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으로 해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자신이 없어진다. 인생을 넘어선 자리에서 봐야 인생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역사를 넘어선 자리에서 봐야 역사를 알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단계적 해법으로 협상을 하자며 상대방을 먼길에 불러 놓고는 느닷없이 일괄타결안을 꺼내 판을 깨버렸다. 그러자 북한은 지난 4일에 이어 9일에도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 한미 양국은 처음에는 발사체가 도발로 보기 힘들다며 덮어두려 했으나 이제는 당혹감을 못 감추고 있다. 야당에는 반평화의 목소리만 크게 만들어 주고 있다.

한국을 향해 "부질없는 중재자 역할에 매달리려 한다면 자기들의 처지를 더욱 난처하게 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공조를 비난해 오던 북한이 러시아로, 중국으로 달려가며 응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도와 줄 듯하던 러시아는 미국이 눈 한번 흘기자 돌아서고 만다. 그러는 사이 북한이라면 쌍지팡이를 들고 나서던 일본이 갑자기 대북 유화책으로 돌아섰다.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조롱을 받아가며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이해하고 북미회담을 성사시키려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충정을 이해 못 한 북한이 한국에 딴죽을 거는 건 큰 실책이다. 하루빨리 한국의 특사를 만나거나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조언을 들으며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제재가 풀릴 그날을 서둘러야 한다. 시간은 반드시 북한 편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더 이상 군산복합체 등의 로비를 받는 강경 우파에 휘둘리지 말고 동북아 안정을 원하는 세계인들과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한국의 염원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할 만큼 알아서 하고 있는데 방위비 이야기는 그만 해야 한다. 아무리 가까운 부자간이나 형제간에도 돈 얘기 너무하면 사이가 서먹서먹해 진다. 동맹의 의리는 한쪽에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남과 북 당사자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 주변 환경이 수월치 않더라도 UN의 대북 제제와 관계없는 식량지원 같은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하며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소통이 신뢰를 가져오고 신뢰가 연대를 강화하는 길이다. 통일은 훗날의 일이고 지금은 남북이 상호 협력하고 연대하는 노력 없이는 주변 강대국의 이익 속에서 민족이 살아날 길이 없다.

한국의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변방의 대한민국, 분단의 한반도에 모처럼 운명의 여신이 찾아온 것인데 100년 전 그때처럼 민족의 미래는 아랑곳없이 부질없는 정쟁이나 벌이면서 세월을 보내자는 것인가.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백성은 그 역사를 다시 반복하고야 만다고 했다.

함석헌 선생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 에서 1945년 8월 우리의 해방은 도둑같이 뜻밖에 왔다고 했다. 누구도 예측 못 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모를 일이다. 분단 해결도 예측할 수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남북이 손잡고 살게 되는 날이 도둑같이 찾아 올 건지.

그러나 해방 후가 그랬듯이 평화가 도둑같이 찾아오더라도 안팎에서 그 평화를 다시 도둑질해가려는 무리가 등장하는 것을 살펴야 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기회를 주면서 단단한 각오를 촉구하고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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