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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수교 협력을 한·일 관계 회복의 계기로 삼자북·일 국교 수립에 한·미 동의… 꽉 막힌 관계 개선 실마리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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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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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용 / 고려대 명예교수·전 주일대사]

   
 

꽉 막힌 한·일 관계를 어떻게 뚫을 것인가. 두 나라 국민이 갈채를 보낼만한 모범답안이 없고 해법의 우선순위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세 가지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일본의 과거사 반성·사죄 문제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의 반성은 무라야마 담화다. 그런데 그보다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것이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 명기된 역사 조항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무라야마 담화는 2차 세계대전 50년 뒤 사회당 위원장 출신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총리가 세계와 아시아 여러 나라를 향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뜻을 전한 것이다. 그런데 김·오부치 공동선언은 가해자인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구체화하고 일본 자민당 정부의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총리와 김대중 대통령이 협정 조인식에 참석해 서명한 최초의 협정이다. 이 협정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서 배제된 역사 조항을 양국 정상이 확인한 것으로, 한·일 여야 지도자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선언의 역사 조항은 우리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양질의 합의로서, 과거사 쟁점을 해결하는 기준인 동시에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의 초석이다.

둘째, 한·일 정상의 신뢰 구축이 급선무다. 신뢰를 위해선 만나야 한다. 신뢰 형성 과정에서 양국 국가 이익을 상호 인정하고, 국민감정을 배려하는 걸 바탕으로,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쟁점은 쟁점대로, 실무 차원에서 진지하게 협상해야 한다. 미래 지향적 외교 과제에 대해선 접점을 찾아 협력하는, 문자 그대로 투 트랙을 실천해야 한다.

이를테면 북·일 국교정상화 협력은 한반도 평화 만들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한·일 협력의 선례가 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조건을 달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도 북·일 국교정상화 노력을 지지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일 정상회담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02년 고이즈미 총리와 함께 두 차례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의 평양선언에 합의했고 임기 중 실현하고 싶은 과제로 북·일 수교를 꼽았다. 납치 문제가 걸림돌이나 국교 정상화와 납치 문제를 일괄 타결할 능력을 갖춘 사람은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이다. 이처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협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셋째, 비핵 평화 협력과 함께 중단돼서는 안 될 것이 한·일의 경제·문화 교류다. 경제적 의존이 깊을수록 평화 협력의 가능성이 높다. 한·일이 역사 문제로 어려울 때도 경제 교류를 지속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체된 경제 교류를 속히 회복해야 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경제 평화론과 함께 문화 평화론을 제기했고, 김·오부치 공동선언에서 약속한 대로 한국에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함으로써 문화 평화론을 실천했다. 교과서 문제 여파로 한·일 관계가 어려웠던 때에도 2005년을 ‘우정의 해’로 정하고 한국 측 위원장으로서 문화 교류를 촉진하고 매년 문화축제를 가졌다. 지난해에도 위안부 문제로 갈등이 심했지만, 서울과 도쿄에서 대규모 문화축제가 열렸고 젊은이들의 호응이 컸다. 이처럼 양 국가 간의 지속적 문화 교류는 문화의 폐쇄성을 거부하는 상호 학습 과정이기에 평화를 의식화하고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일본이 레이와(令和·아름다운 평화) 시대를 맞았다. 레이와의 평화에는 7세기 백제인의 평화 사상이 담겨 있다고 레이와의 고안자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 오사카여대 교수는 설명했다. 앞으로 한·일이 비핵·경제·문화를 고리로 쟁점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성숙한 관계로 발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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