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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방관하는 중국에 현실 모른 촉진자 주문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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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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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 베이징 특파원]

   
 

“중국은 돕지 않는 게 돕는 것이다.”

북한 측 인사는 올해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인 상반기 북한을 방문한 대북 소식통에게 북핵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북한에 핵 포기를 설득하겠다며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자신들이 미국과의 담판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북한 내부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중국 측 인사는 사석에서 “하노이 북-미 회담 때 중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철로를 열어준 정도로 적게 개입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 회담 때처럼 김 위원장에게 전용기를 제공하는 등 여러 면에서 돕고도 북-미 회담이 결렬됐으면 중국에 적지 않은 책임론이 제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였다.

북-중 관계는 분명 회복세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북핵 문제에서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되풀이해 말한다. 하지만 실제 북-중 관계를 들여다보면 중국이 핵 문제에서 북한의 태도를 바꾸는 실질적 역할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이 아닌 예술, 체육, 산림, 환경, 한의학, 인적 왕래 등 분야에서는 북한과 교류의 끈을 조이고 있다. 여러 중국 인사는 한국이 남북 교류에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을 지적한다. 이들은 “한국이 왜 미국처럼 북한을 대하느냐”며 북한도 그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한다. 김 위원장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지 확신할 수 없고 북핵 협상이 교착 상태인 지금 북한과 대화와 교류 국면 자체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는 북핵 협상이 정체된 본질적 상황에 중국이 개입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인정도 숨어 있다.

“중국은 현재 북핵 문제에서 방관자다.” 한 중국 인사의 말이 지금 중국의 처지와 태도를 잘 보여준다. 중국이 당면한 목표는 북핵 문제의 빠른 해결보다는 이 기회에 북한과의 관계를 완전히 회복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이 너무 빨리 진전되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지속될지 확신할 수 없다. 대화가 지지부진하더라도 중국에 불리한 북-미 대결 국면보다는 훨씬 낫다. 북핵 문제에서는 현상을 유지하면서 한반도에서 미국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것이 현재 중국의 핵심 전략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중국은 한국에 북핵보다 미국이 견제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기초인프라 건설을 통한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를 강조한다.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협력 국제포럼 현장.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북핵 문제에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한국, 일본은 역사적으로 실크로드의 중요한 접점이었다. 한일은 더욱 적극적인 태도로 일대일로 건설에 참여할 완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압박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6∼8일 방문해 중국 지도부에게 “비핵화 협상에서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측 발표에는 이런 말이 없고 일대일로 얘기가 많았다. 국회의장의 방중 메시지인 만큼 한국 외교 당국과 조율했을 텐데, 북-중 관계의 현실과 중국의 전략을 외면한 순진한 메시지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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