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범 / 3·1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오늘 우리는 대한의 자유(自由)와 자결(自決)을 선언했던 기미독립선언(己未獨立宣言) 90돌을 맞았다.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그리고 중국 만주, 러시아 연해주, 일본, 미주 등지에서 울려 퍼진 그날의 기상(氣像)은 대한민국의 독립·경제발전·정치민주화를 낳았고, ‘열린 통일’과 선진일류국의 고개를 넘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UN사무총장 배출 등 국제사회의 평화번영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동양평화와 인류행복에 이바지 하자던 기미독립선언이 구체화된 좋은 예다.

기미독립선언서는 이민족의 각성(覺醒)과 이웃나라의 정도(正道)를 촉구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의 독창력(獨創力)발휘를 강조하였다.

상고(上古)시대의 찬란했던 추억에 머물기보다는 세계조류에 능동 대처할 것을 요구했으며, 속국·독립(屬國·獨立)과 주권자주(主權自主)를 쟁취하는 최후 순간까지 양심과 진리에 따라 광명정대(光明正大)할 것을 엄명하였다. 이를 온전히 받아들였던 3·1선열들은 삼천리금수강산을 태극기와 독립만세함성으로, 5대양6대주를 자유정신과 민족자결함성으로 뒤흔들었다.

비록 독립자주의 목표는 즉시 결실치 못했으나 3·1의 대혁명정신은 잠자던 민족혼(民族魂)을 일깨웠으며, 그 기개(氣槪)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과 숱한 애국지사·독립운동가의 광복투쟁으로 되살아나 자유민주 대한민국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1919년, 1929년, 1939년, 1949년, 1959년, 1969년, 1979년, 1989년, 1999년을 되돌아보자. 2009년을 대황해(大慌海)와 대격변(大激變)의 기점으로 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웬만한 위기의식으로는 돌파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창조력으로 풀어가고,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리사욕과 이념종파를 극복하고 살신성인했던 기미년 그날의 위업(偉業)이 재점화 되어야 한다. 잘못된 관행과 타성에서 벗어나는 자기개조(自己改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자유에 공짜가 없듯이 창조에는 요행이 없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 스스로 조급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바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이 결집되어야 하며 사회지도층은 법과 질서를 지키며 청소년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세계 정치·경제·문화 일선에서 한인(韓人)의 기개를 떨치고 있는 한민족을 네트워크하고 이들을 민족자산화(民族資産化)하는 일은 미래한민족의 영역을 넓히는 중차대한 과제다. 김일성 가계(家系)중심의 3·1운동사관을 억지 주장하거나 이를 추종하는 재일조총련의 현실을 남의 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지금은 잘못된 역사관의 말로(末路)를 잊지 않는 사심(史心)이 모두에게 필요한 때다.

1년 후면 ‘2010 열린 통일’의 시대다. 기미독립선언의 자유정신(自由精神)이 구체화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미래와 동아시아 번영과 대한민국의 세계일류를 진정 원한다면 우리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 성장보다는 성숙(成熟)을, 결과보다는 과정(過程)이 중시되는 열린 자세를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내려야 하며, 창의력과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위협에 아부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김정일의 서울답방을 거듭 촉구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선진국민의 품격(品格)인 정직과 신용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모두가 마음은 느긋하게, 그러나 행동은 단호했던 3·1운동 90주년을 맞아 대한국민이 3·1정신을 재발견하고 대한민국이 선진일류대열의 정상에 우뚝 서도록 우리의 모든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