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 / 세계일보 논설위원 >

질곡의 세월. 60만 재일교포들의 삶을 상징한다. 재일교포들은 일본, 일본인의 차별과 냉대를 온몸으로 이겨내며 지금에 서 있다. 1세대들은 일본에 건너가 세상 고생이란 고생은 몽땅 겪었다. 2, 3세대도 배는 고프고 먹을 것은 없고 모진 풍파를 맞으면서 자랐다. 이제는 일본 사회에 당당하게 자리잡았다.

첨단 운행 기법과 질 좋은 서비스로 택시업계를 ‘평정’한 MK택시 유봉식 회장, 재일교포 3세로서 ‘21세기 디지털 세계의 승부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일본의 최고 갑부 손정의 소프트방크 회장 등 성공한 재일교포들이 줄을 잇는다. 기업가뿐이랴. 작가와 운동선수도 나오고 있다. 고난에 맞선 극기가 오늘을 있게 했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꼬리표는 내내 자신을 괴롭혔다. 하지만 차별은 도전정신을 키우게 했다. 일본 주류사회에 발을 붙이기 어려운 배타적인 환경에서 일등이 돼야 차별의 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자조(自助)를 위해 그들은 뭉쳐야 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은 든든한 울타리다. 35만명쯤 된다. 일본의 외국인등록법 지문날인제를 폐지시키는 등 차별을 막아 교포 권익 보호에 힘쓰고 있다. 최대 현안은 1994년부터 추진한 지방참정권의 획득이다. 교포 사회의 또 한 축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이다. 10만명 안팎의 친북 성향이다. 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에 건너간 '뉴 커머(New comer)'들도 있다. 무역업과 연예계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일한다.

민단이 한국어 사용운동에 나섰다. 날로 희박해지는 재일교포의 민족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동포 1세를 제외하고는 한국어보다는 일본어 사용이 익숙해 있다’는 설명을 듣노라면 그 시급성을 절감케 한다. 한민족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조총련도 동참했으면 좋겠다. 무명 술집 악사서 역경을 딛고 인기 가수로 발돋움한 재일교포 2세 블루스 가수 박영일(일본명 아라이 에이치)은 ‘청하로 가는길’에서 노래하고 있다. “… 지나간 슬픈 시대를 잊을 수야 없겠지만/ …/ 내일을 향해 사는 것이 사랑의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오/ …아리랑 고개를 나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