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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할머니의 한국 사랑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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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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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강 / 라구나우즈

1970년 3월 23일. 우리 다섯 식구가 LA공항에 내린 날이다. 큰 딸(12살), 작은 딸(11살), 아들(9살)을 데리고 LA하늘에서 내려다 본 미국땅은 꼭 다이아몬드를 깔아 놓은 듯 화려했다.

1958년 유학 온 동생 가족 초청으로 미국 이민 생활이 시작됐다. 막 개발이 시작된 허팅턴비치의 동생집에서 우선 신세를 졌다. 애들은 초등학교(4학년·3학년·1학년)에 입학시켰는데 영어를 모르니 개인수업 교사가 수업시간 한 시간 전에 와서 영어를 가르쳐 주셨다.

하루는 학부모 한 분이 찾아오셨다. 내게도 영어를 가르쳐 준다고 책이랑 학용품을 갖고 왔다. 책을 펴더니 읽어보란다. 보니 유치원 아이들 책이었다. 한 자도 틀림없이 한 페이지를 읽었다. 그랬더니 그 학부모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Good Job!"이라고 했다. 내심 '아직 job도 없는데 무슨 good job?' 했다.

다음날은 애플파이를 만들자고 밀가루, 설탕, 계핏가루 등을 가지고 왔다. 우리 집에도 그런 재료 다 있다고 했지만 괜찮단다. 다음날은 스파게티도 만들었다. 또 케이크도 만들면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도움을 줄 테니 말하란다.

어느 날 자기와 같이 갈 데가 있으니 차를 가져오면 기다리라고 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빨리 하는지 미국 생활이 힘들기 시작했다. 가는 데가 어디인지 모르지만 차를 가지고 와서 같이 간 곳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 로즈(Rose) 할머니 집이란다.

나를 소개하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할머니는 활짝 웃으시며 나를 안아주셨다. 70세가 넘은 할머니는 자기 방 하나를 보여주셨는데 방에는 재봉틀 하나 있고 사방 벽에는 어느 백화점 카탈로그에서 애들 옷 그림을 오려서 빈틈없이 붙여놓으셨다. 또 다른 방에는 할머니 친구나 이웃이 갖다준 고무줄, 레이스, 실 뭉치, 털실이 가득했다. 나중에 이웃이 말하기를 낮이나 밤이나 할머니 방에 불이 켜 있으면 할머니는 아이들 옷을 만들기 위해 바느질을 하고 계신 줄 안다고 했다.

차고도 보여주셨는데 입이 딱 벌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거기에는 아이들의 다양한 옷이 셀 수 없이 빽빽이 걸려있었다. 한구석에는 이민 짐만한 보따리가 8개나 쌓여 있었다. 그것은 7개월에 한 번씩 해군함이 한국에 갈 때 실어가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 짐들은 모두 한국 고아에게 입힐 옷이었다. 싣고 가면 또 이 차고를 가득 채워야 한다고 '장미' 할머니는 이야기하셨다. 나는 목 메는 목소리로 겨우 "땡큐, 할머니"라고 했다. 내 민족도 아니고, 가보지도 못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건강치도 않으신 몸으로 이렇게 희생적인 사랑을 베풀고 계시다니….

하루는 할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한국에서 초청해 한국을 들르신단다. "한국에 가면 우리 애들 다 만나 보겠다"며 기뻐하셨다. 거기는 날씨가 어떠냐? 춥냐? 덥냐? 어릴 적 소풍가기 전날처럼 흥분된 목소리였다. 얼마 후 한국에 다녀 오셔서 당신이 만드신 옷을 입고 있는 애들이랑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셨다. 할머니는 행복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나중에 이웃분들한테 들은 바로는 할머니 아들이 한국전쟁에서 전사했단다. 지금 장미 할머니도 아드님과 같이 천국에서 편히 쉬고 계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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