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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인베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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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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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 기자

   
 

1964년 2월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한 비틀스가 본격적인 미국 활동을 위해 미국 존 F 케네디공항에 내렸을 때 언론은 이렇게 대서특필했다. 비틀스를 앞세운 영국 문화의 위세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이었다. 당시 미국 외의 음악이 미국 차트에서 그렇게 성공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55년 뒤,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 방탄소년단(BTS)이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섰던 그 `꿈의 무대`,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6만 관객을 열광시켰다.

그동안 세계 음악계 변방이었던 한국 출신의 아이돌 그룹이 팝의 본고장 영국의 심장에서 21세기 비틀스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은 공연을 펼친 것이다. 자랑스러운 BTS가 더욱 감탄스러운 것은 이들이 마치 고척돔이나 잠실경기장에서 공연하는 것처럼 한국어로 공연했다는 점이다. 유럽 전역에서 몰려든 팬들은 BTS 멤버들의 이름을 한글로 쓴 피켓을 들고 환호하고, 한국어 가사를 조금도 틀리지 않고 따라 불렀다. 생각하면 할수록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내한한 전 오아시스 리더 노엘 갤러거 역시 "한국의 보이밴드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한국어로 공연하다니, 믿을 수 없다"며 경탄했다고 한다.

연간 4조원이 넘는 BTS 경제효과는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적·문화적 가치유발 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BTS는 `틈새 상품` 정도이던 K팝을 전 세계에서 통하는 `글로벌 상품`으로 끌어올렸고, 한국 문화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BTS 못잖게 한국 문화의 위상을 끌어올린 이로는 봉준호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일본 대중문화를 베끼기에 급급하고 미국 직배영화들에 치여 빈사 상태였던 한국 영화는 한때 할리우드 직배에 반대해 극장에 뱀을 풀어 저항하기도 했다. 게다가 3차에 걸친 일본 문화 개방 땐 우리 문화가 잠식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여 년 만에 한국은 칸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세계 영화 시장에 우뚝 서게 됐다.

지난 20여 년간 한류는 일본의 혐한(嫌韓),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에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를 거듭했다. 이제 한류는 K팝뿐만 아니라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한식 등 우리 문화 콘텐츠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심지어 국악, 한글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문화가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한국은 지금 단군 이래 최고의 문화 융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BTS와 `기생충`의 성공은 하이브리드 컬처(Hybrid Culture·혼성문화)의 성과란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한국 문화는 한국색을 지움으로써 세계에 편입되려 노력해왔다. 한국 문화에 낯선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긴 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런데 BTS와 봉준호는 세계적인 보편성을 지키면서도 한국적 특색을 버리지 않았다. 한국 문화가 세계인의 한국 문화로 재정립될 계기를 만든 것이다. 그런 점에서 BTS와 봉준호의 성공은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과 `하이브리드 컬처`의 전범(典範)이라 할 만하다.

덕분에 한류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류 총 수출액은 2014년 69억2000만달러(약 8조2400억원)에서 지난해엔 94억8000만달러(약 11조3000억원)로 늘었다. 고무적인 것은 이 같은 수치가 갈수록 늘어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세계 콘텐츠 산업 시장 규모는 2조달러에 육박하는데, 향후 성장세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산업 분야는 고용유발 효과 면에서 웬만한 제조업을 능가한다.

5G 시대의 성공 열쇠는 결국 플랫폼에 올라탄 콘텐츠에 있다. 우리나라가 5G 기술에 K팝, 웹툰,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한다면 5G 시대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류의 지속성도 담보할 수 있다. 게다가 대졸 실업자 60만명 시대, 구직활동지원금이나 청년수당 등 임시방편적 소득지원 정책을 쓸 것이 아니라,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답이다. 그것이 청년 일자리 창출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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