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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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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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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 논설위원

   
 

1982년 2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만나 남편의 석방을 요청했다. 5공 실세였던 허화평이 회동을 주선했다. 이 여사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남긴 인상 평가는 독특했다. “자기가 사형시키려고 했던 사람의 안사람을 만났는데 동네 복덕방 아저씨가 아주머니 대하듯이 거리낌이 없었어요. 이야기하다 말고 바지 자락 올리고 다리를 긁적거리기도 하고요.” 당시 전 대통령은 세 마디로 결론을 정리했다. ‘혼자서 결정 못 하고, 석방은 어렵다. 그러나 나아질 것이다.’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된 DJ는 3월 1일 20년으로 추가 감형됐다. DJ 부부는 그해 12월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정적(政敵)이었던 두 집안은 돈독한 사이로 반전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우리가 제일 편안하게 살았던 것 같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로 대했다. 얘기를 전할 수 있는 언로를 터주시고, 우리 집 양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는 2년 전 동아일보·채널A 인터뷰에서 이같이 회상했다. 이순자 여사는 이희호 여사를 콕 집어서 “참 존경한다”고 했다. 이희호 여사가 명절과 전 전 대통령 부부 생일 때마다 난과 장뇌삼을 보내준 일화도 소개했다. 이순자 여사는 12일 이희호 여사의 빈소를 혼자 찾아 조문했다.

▷1974년 8월 15일. 이 여사의 장남 홍일 씨 결혼식 날이었다. 식을 준비하던 이 여사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의 피격 소식을 들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결혼식은 예정대로 치렀다. 이 여사는 훗날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안의 야당이라고 하는 말도 들었는데, 그렇게 비명에 가서 몹시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 여사는 2012년 8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만나 “(여성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처음 아니냐. 대통령이 되면 여성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4년 8월 DJ를 만나 박정희 정권 시절 고초를 겪은 데 대해 ‘딸로서’ 사과했고, DJ는 훗날 “그 말이 참 고마웠다. 박정희가 환생해 내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 여사는 정치인의 아내로 살면서 많은 이들과 불편한 인연을 맺었지만 화해와 용서의 노력을 기울였다. 고인의 사회장은 오늘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다. 추모식을 마친 뒤 이 여사는 영원한 동반자였던 DJ 묘소에 합장된다.

   
▲ 정연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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