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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한이 남긴 것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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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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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헌철 /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다운 파격이었다. 의원도 주지사도 해보지 않고 대권을 거머쥔 그는 대통령이지만 영원한 아웃사이더다. 외교안보 정책도 정해진 교본을 따르지 않는다. 즉흥적이지만 과감하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53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워싱턴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국내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한 한 편의 쇼라는 시각이다. `연출 사진(photo op)`일 뿐 비핵화 진척과는 무관하다고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등은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 행보가 김정은 정권에 정당성만 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비난에는 민주당 대권주자들도 동참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독재자를 애지중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 담당 국장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비판적 지지`인 셈이다. 이들은 트럼프식 개입 전략이 오바마식 부작위보다는 낫다고 본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은 `전략적 인내`를 내세웠다.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 정권을 고사시킨다는 계획이었으나 핵능력의 고도화를 낳고 말았다. 이들은 미국도 수사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제재 완화 등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 판문점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우리는 다시 불편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1년이 흐른 지금 비핵화의 시침은 한 바퀴를 돌아 원점에 섰다. 희망고문에 지쳐가는 사람들도 있고, 결국은 북한에 속고 말 것이라 믿는 사람들도 있다. 북한과의 실무협상은 지루하고 난해하게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지난 1년은 더 이상의 악화를 막은 것으로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며 핵무장에 나선 것은 벌써 26년이 됐다. 이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축적한 트럼프 정부는 여러 가지 카드를 유연하게 활용하면서 불가역적 비핵화 상황을 만들어내려는 실용적 행보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진지하게 임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엄청난 외교 치적이 된다. 단순히 선거용 행보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는 다분히 업적 지향적 인물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임기 내에 북한 비핵화를 이뤄내려는 진정성과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있어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 노골적 청구서를 걱정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관계를 한껏 추켜세웠다.

다만 한미동맹도 세월 앞에 영원할 수는 없다. 북한만을 연결고리로 삼는 것은 동맹의 취약성을 불러올 수 있다. 기술 분야부터 비즈니스 협력까지 미래 지향적 이슈를 발굴해 동맹의 기반을 넓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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