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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와 배상은 끝나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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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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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 런던특파원

   
▲ 김성탁 런던특파원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 지난 1월 이 미술관 에이케 슈미트 관장은 독일 정부를 향해 그림 한 점을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네덜란드 화가 얀 반 호이쉼의 정물화 ‘꽃병’을 1944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부대원이 훔쳐갔기 때문이다. 우피치미술관은 네덜란드 화가 전시실에 이 그림의 흑백 사진을 액자에 담아 걸었다. 이탈리아어와 영어, 독일어로 “도둑을 맞았다”는 안내문도 달았다. 슈미트 관장이 흑백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까지 공식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독일 통일 이후 이 작품의 반환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독일 당국은 개입하지 않았다. 30년 이상이 흘러 범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독일인인 슈미트 관장은 “독일 정부는 도덕적 책임이 있다. 이 문제 때문에 2차 대전의 상처와 나치의 테러가 치유되지 않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BBC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최근 나치 후손과 접촉해 결국 그림을 반환하기로 했다.

   
 

지난 3월에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자산이 많은 라이만 가문이 나치에 협력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선단체에 1000만 유로(약 131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이 가문의 투자회사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 등 식음료 분야 유명 브랜드를 갖고 있다. 후손들은 선조의 나치 협력 논란이 일자 2014년 역사학자에게 조사를 맡겼다. 그 결과 군수품 생산과 강제노동자 동원이 드러났다. 가문 대변인은 빌트암존탁 등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치에 협력했던 가문 선조들의 이름을 대며 “그들은 유죄”라고 말했다.

독일만 이러는 게 아니다. 네덜란드 국영철도(NS)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로 유대인을 실어나른 행위에 사죄하면서 희생자에게 개인 배상을 하겠다고 지난해 밝혔다. 국영철도는 유대인 10만여 명을 임시수용소로 실어날랐다. ‘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 프랑크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이 철도회사는 현재 가치로 수백만 유로를 번 것으로 추산됐다. 한 후손의 배상 요구가 발단이었지만 국영철도 측은 생존자에게 약 2000만원씩을, 후손에게 650만~900만원씩을 지급할 예정이다.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여론으로 독일 등 유럽에선 극우 정당의 지지가 늘고 있다. 독일에서 이달 초 발생한 정치인의 암살 피의자가 극우주의자로 밝혀지는 등 나치 추종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정부와 사회의 주류는 과거에 대한 참회와 경계를 늦추는 법이 없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나서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한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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