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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으로는 일본을 이길 수 없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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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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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승 /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ㆍ정치학

   
▲ 사쿠라다 켄고(왼쪽) 경제동우회 대표간사 기자회견 유튜브 캡처

한일 관계가 어렵다. 걱정이 돼서 일본인 지인들에게 물어 보았다. 한 기자가 이번 갈등이 오래 갈 거라기에 나는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계 견해를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신문에서 일본 경제단체가 아베 정부를 공개 비판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서다.

그 기자는 일본 기업계는 정부에 강하게 말 못한다면서 한국은 재벌이 정부에 영향력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고 보니 일본 재계가 정부를 공개 비판하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한국의 모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 경영자 단체인 경제동우회 대표 간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 경제 관계가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고 한다. “일본 경제단체도 공개비판… ‘피해 발생 전에 정상으로 돌아와야’”라는 기사에서 기자는 “경제동우회가 그간 일본 정부에 협조 노선을 취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우려는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평가했다.

기자회견 원문은 달랐다. 발언 일부를 옮겨 본다.

이번 조치는 WTO 규정에 기반한 … (일본)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라 생각 … 그런 메시지를 한국 정부도 진지하게 받아들여 조속히 경제관계가 정상이 되기를 기대 … 이번 조치로 일본경제가 받는 임팩트는 실은 그리 크지 않다. 일본에서 수출되는 부품이 없으면 조립 제품에 매우 큰 영향 ... 즉, 일본측보다 한국측에 커다란 임팩트 … (일본) 정부의 메시지를 (한국정부가) 진지하게 받아들여 실제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일본 정계에서 한일 간) 신뢰 관계가 현저히 흔들렸다는 표현을 쓴 것은, 정치적으로 나라와 나라가 약속한 것이 일방적으로 뒤집히는 등 신뢰 관계가 흔들리고, 이대로는 정치는 물론, 무역을 포함한 경제도 복구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곤란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정치에 대해서는 일본측보다는 한국측이 점점 꽉 막힌 형국이 되어 가는, 어려운 상태가 될 것 … 정치 문제를 해결하면 경제도 해결 … 다만, 정치 문제가 일본 사정보다는 한국의 국내 사정에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에 … 일본은 지금까지 … 의연한 태도를 취해 왔다. 일관되게 해온 것을 바꾸어서는 안되고, 우리들 경제계도 정부의 생각을 계속 존중하면서, … 너무 감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주로 일본 국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의 주류 및 재계 사람들이 분발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누가 봐도 아베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이뿐 아니다. 일본측 조치에 대한 일본 내 반응을 전하는 국내 보도에 왜곡 사례가 한 둘이 아니다. 한국 언론만 보고 있으면 일본의 언론, 기업, 국민 전체가 아베 정부에 극력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에서 일하는 모 지한파 일본 기자는 나에게 “아베 정부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일으킨 문재인 대통령도 똑같이 책임이 있죠”라고 했다. 한국 언론을 보면 당신네 언론사는 전적으로 한국 편이라고 하자, 그는 “희망 섞인 잘못된 시각”이라며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국내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독자들이 듣고 싶은 것을 들려주는 것이다. 그래야 장사가 되니까. 그러나 사실을 전하지 못하는 언론은 국익에 해롭다. 눈을 가리고 귀를 막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한일 갈등처럼 민족 감정에 기초한 여론이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언론인 리영희 선생은 생전에 “난 애국을 하는 사람이지만, 거짓에 입각한 애국은 거부한다”고 했다. 그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애국보다 사실을 우선하는 그의 결기에 옷깃을 여민다.

진실로 일본을 이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거짓을 멀리하고 사실을 추구하라. 거짓으로는 절대 그들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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