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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피해 왔더니 또 룰라 만났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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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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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 / 논설위원

‘빚 늘릴지’는 젊은이에게 물어보라
당백전 발행 44년 만에 망한 조선 
재정 탕진은 ‘나라 망할’ 징후 
‘곳간 텅 빈 나라’로 가는 정책들

   
 

곳간이 텅 빈 나라치고 번영한 곳은 없다. 역사가 증명한다. 빈 곳간과 불어나는 빚은 멸망의 징후다. 조선이 그랬다.

고종 3년, 1866년. 당백전(當百錢)을 발행했다. 백전에 해당하는 동 엽전이다. 무게는 상평통보의 5~6배. 하지만 매겨진 명목 가치는 상평통보의 100배에 이른다. 중국 한나라 때 동의 함량을 속여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사주전(私鑄錢). 당백전은 그보다 더하다. 왜 그런 돈을 만들었을까. 텅 빈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해서다. 당백전을 발행해 경복궁을 새로 단장하고, 군비를 강화할 자금을 마련하고자 했다. 돈 구실은 했을까. 물가를 폭등시키고 민생을 더욱 도탄에 빠뜨렸다. 여섯 달 만에 폐지된다.

국가신용으로 발행한 당백전은 왜 구실을 못했을까. 텅 빈 나라 곳간.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런 왕실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그래도 “믿어 달라”며 발행한 당백전. 매몰차게 외면당했다. 의도가 빤한데 무엇을 믿으라는 말인가. 믿음을 잃은 조선 왕실. 그런 왕실이 백성을 지켜 주리라 믿었을까. 그런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 당백전을 발행한 지 44년 뒤 조선은 망했다. 제국주의 열강이 넘보지 않았다 해도 조선은 멸망할 운명이었다.

나라 재정을 보면 나라의 운명도 점칠 수 있다.

21세기라고 다를까. 하나 다르지 않다. 석유매장량 세계 1위 베네수엘라.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왜? 우고 차베스의 ‘퍼주기’ 포퓰리즘으로 재정을 탕진한 탓이다. 지금은 베네수엘라판 당백전이 판을 친다. 아무도 정부 발행 지폐를 쳐다보지 않는다. 지폐로 공예품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판다.

남미의 부국 브라질은 베네수엘라처럼 파탄 상태는 아니지만 재정 탕진이라는 면에서는 닮은 데가 많다. 2000년대 등장한 ‘노동자 대통령’ 룰라 다시우바. 금속노조 출신인 그와 그를 이은 좌파 정권의 ‘나랏돈 퍼주기’ 유산은 참담하다. 현금을 살포하는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 그나마 친시장 정책 시늉이라도 했다. 지금의 경제는 엉망으로 변했다. 국제금융시장이 조금만 불안해도 투자 자금은 탈출한다. 20세기 초반의 영화는 사라지고, 만성적인 경제위기 국가로 변했다.

얼마 전 지인이 브라질로 이민 간 친구 이야기를 했다. 룰라의 포퓰리즘과 친노동 정책에 견디다 못해 보따리를 싸 미국으로 갔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이 한때 의류로 부를 일군 자바시장에서 다시 사업을 하고, 최근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런 말을 했다고 했다.

“룰라를 피해 왔더니 또 룰라를 만났다.”

문재인정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포퓰리즘에 빚의 수렁이 깊어지는 국가재정, 자유로운 시장경제 활동을 옥죄는 친노동 정책들. 그것이 룰라를 빼닮았다는 것이다. 복지재정 살포, 공무원 증원, 공기업 비정규직 제로 정책, ‘문재인캐어’…. 하나하나가 곳간을 텅 비게 하는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세금 증액, 친노동 규제…. 기업의 숨통을 막는다.

나랏빚은 불어난다. 2016년 말 국가채무 626조9000억원. 국가채무시계가 알리는 나랏빚은 이미 721조원을 넘어섰다. 올 연말에는 740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고 한다. 2년 반 새 12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역대 정권 중 빚의 증가속도가 가장 빠르다. 공기업에 떠넘긴 빚은 또 얼마인가. 건강보험 재정도 급속히 악화한다. 7년 이어지던 흑자는 지난해 1778억원 적자를 냈다. 정권 말에 이르면 적립금 20조원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따져 물었다. “국제기구 권고로는 국가채무비율 60% 정도를 재정건전성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 40%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재정 안정’을 신줏단지처럼 여기며 국가채무비율 40%를 고집하는 재정 관료에 대한 비판이자 빚을 내서라도 ‘돈을 더 풀라’는 소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룰라와 얼마나 다를까.

그 빚은 누가 감당해야 하나. 젊은 세대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세들이 갚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했다. ‘빚을 함부로 늘려도 되는 걸까. 그것은 젊은이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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