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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의 민족의식과 자유한국당의 청와대 비판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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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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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돈 /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靑과 생각 다르면 친일파냐" 항변
'위안부 피해자 합의' 진행시킨 세력
주장 듣다보면 '민족주의' 떠올라
팔봉 김기진 조차 동의 못할 정도
화이부동 가치 마땅히 존중되어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와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르면 죄다 친일파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옳은 태도냐"라고 항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년 내내 '북한팔이'하던 정권이 이제는 '일본팔이'로 무능과 무책임을 덮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무역 공세에 대응하려면 추가경정예산이 시급하게 통과되어야 할 텐데, 이러 저런 이유로 이를 가로막고 있는 측에서 하는 얘기라 설득력이 와 닿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네들은 2015년 국민의 반대에 맞서서 얼토당토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를 진행시킨 세력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당시 조약을 체결하는 데 주체로 나섰던 이들의 후예라면 그 태도가 조심스러워야 한다.

더구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경우엔 비판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다. 그는 2004년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전력이 있다. 행사장 입구까지만 갔을 뿐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게 나름의 항변인데, 항변의 근거가 퍽 궁색하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가 체결되었을 때 즉각 나서서 잘된 협상이라 옹호했던 이도 나경원이며, 올 상반기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하여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라고 발언하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인물도 나경원이다. '나베 경원'이란 말이 괜히 나도는 게 아니다. 일본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이처럼 그는 진작부터 국민의 반일 정서에 대립각을 세우며 활동해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꾸준히 '일본팔이'를 유도해왔던 셈인가.

이들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이광수의 민족주의가 떠오른다. 민족을 위하여 친일하였노라, 이광수는 주장한다. 어쩌면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 예컨대 일본 동경으로 제2차 유학을 떠나는 도중 그는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1916년 2월 23일자에 '대구에서'란 글을 발표하였다. "격렬한 사상을 고취했던 자가 동경에 와서 이삼 년 간 교육받는다면 번연히 구몽(舊夢)을 버려 이전 동지들에게 부패하였다는 조소까지 듣게" 되는데, 일본의 발전상을 미처 모르는 자들이 감히 일본에 맞서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3·1운동 이후 많은 이들이 목숨을 내걸고 조국의 해방을 위해 나섰을 때, 식민지 상황을 수용하되 다만 일제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십분 양보하여 이해하자면, 같은 조선인의 투옥이 안타깝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처지가 가슴 아파서 그러했을 터이다.

해방에 관한 나름의 방안이 이광수에게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는 '황민화와 조선문학'에서 "자발적, 적극적, 창조적으로 저마다 신체의 어느 부분을 바늘 끝으로 찔러도 일본의 피가 흐르는 일본인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매일신보', 1940.7.6) 김기진이 이에 대해 따져 물었다. 1944년 11월 난징에서 열린 제3차 대동아문학자대회에 함께 참석하여 숙소에 들었을 때다. 춘원은 설명한다. "우리 민족은 1대 1로 한다면 어느 민족에게도 지지 않소. 그러니까 1대 1로 나가기만 하면 우리가 이깁니다. 우리가 철저히 황국신민이 된다면 일본 정부의 육군대신도 조선 사람, 총리대신도 조선 사람이 될 날이 오고야 말 것이오. 그러면 일본 민족은 아뿔싸! 조선 민족과 분리해야겠다, 야단하겠지요. 그러면 그때 못이긴 척 독립하잔 말이오."(김기진, '우리가 걸어온 30년')

팔봉 김기진은 이광수의 이러한 구상에 대하여 조소를 날리고 있다. 친일 활동을 벌였던 김기진조차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각에서 춘원문학상을 만들어 기리고는 있으나, 현재 한국인들 대부분에게 이광수는 친일파로 남아있다. 자, 이러한 평가가 과연 생각이 조금만 다르다고 죄다 친일파 딱지를 붙이는 행태일까. 톨레랑스라든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가치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하나 존중받을 만한 입장에는 그에 값하는 자격이 요구된다. 지지율 급락에 내쫓긴 자유한국당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모처럼 바른 말을 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아닌, 러시아와 일본을 향해 펼쳤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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