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8.19 월 17:45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일본 가는 한국인이 못마땅한 분들께
매일경제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8.02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장부승 /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업무상 한일 항공편을 자주 이용한다. 최근에도 탔는데 매번 만석이다. 항공사에 물어보니 자기네는 계속 만석이란다. 지방도시 간 항공편에 비해 대도시 간 항공편은 영향이 덜하다는 설명.

승객들을 훑어보았다.
`지금 한일 관계가 안 좋은데 일본을 가나, 애국심도 없나` 하고 비판해야 하나? 아니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나? `애국`은 민족주의와 함께 시작되었다. 민족주의는 독립과 자주의 기초이기도 했지만 때로 부정적 모습을 보였다.

일제시대 일본에선 "귀축미영(鬼畜米英)"이라는 말을 썼다. 영미인들을 귀신, 동물에 비유하여 적개심을 고조시켰다. 학생들에게 죽창으로 적을 찌르는 교육도 시켰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애국의 이름으로 행해진 반공 교육은 공산당을 뿔 달린 괴물로 그렸다. 애국을 명분으로 아이들 머릿속에 증오를 심었다.

부정적 애국은 적을 상정하고 증오를 조장하며 특정한 애국을 강요한다. 제국주의 일본은 영미인을 적으로 상정하여 증오를 부채질했고, 총칼로 죽이는 애국만을 애국이라 불렀다.

부정적 애국은 끔찍한 결과를 불러 왔다. 1·2차 세계대전에서 인류는 애국의 이름으로 수천만 명이 살해당하는 결과를 봤다. 분명 애국심과 정의감에서 출발했는데, 나중에는 그저 열심히 쏴 죽이고 있었다. 1930년대 많은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부과한 베르사유조약의 피해자라 믿었고 히틀러가 독일 민족의 정의를 바로 세울 거라 믿었다. 그들의 애국심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사람들은 `애국`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애국은 누굴 위한 것인가?

5000만 인구 중 당신은 몇 명을 아나? 인구의 99.99%를 만난 적도 없는데 내가 거기에 속한다 믿으며 내 행동이 그들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애국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미워할 때도 똑같다. 일본 사람을 만난 적도, 일본에 가본 적도, 일제시대를 산 적도 없는데, 일본이라는 거대한 추상적 집단을 증오한다.

부정적 애국에 대한 해법은 애국의 구체화이다. 애국을 말할 때 추상적 민족을 말하기보다 내 애국이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득과 실을 주는지 따져 보는 것이다. 애국을 구체화할 때 판단 기준은 자유민주주의이다. 애국은 왜 하나? 자유, 평등, 박애라는 민주주의 기본 가치들을 훼손하며 애국할 수 없다. 바로 그런 가치가 우리가 애국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애국을 하려거든 우선 이렇게 물어보라. 내 애국이 다른 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나? 내 애국이 민족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나? 나의 애국이 혹은 애국의 이름으로 분출하는 분노가 개인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집단을 향하지 않나? 내 애국이 긍정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애국이 아니라 남을 미워하고 강요하는 부정적 애국은 아닌가? 일본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 우리가 이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다워지기 위한 것이다.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1억2000만 일본인과 5000만 한국인의 관계가 아니다. 국가가 우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국가를 만들었다. 양국 정부 관계가 양국 국민 관계로 환원될 수 없다.

한일 갈등이 고조될수록 양국에서 `애국`의 이름으로 증오를 날리며 언론 자유를 탄압하려는 이들이 나올 것이다. 누군가 `애국`으로 목청을 높인다면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 애국의 구체적 목적과 대상이 무엇인지, 어떻게 애국을 하겠다는 것인지. 애국심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긍정의 아이콘이 아니라 남을 비난하고, 강요하는 수단이 된다면, 그때 애국은 원래의 목표와 실체적 근거를 잃고 괴물로 전락할 것이다.

나는 비행기를 가득 메운 승객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들은 스스로 판단할 자유를 가진 대한민국의 시민이다. 그들의 관광이 일본의 라면집과 여관에 도움이 된다 해도 그들의 관광을 주선한 한국 여행사, 항공사, 한국인 관광 가이드 또한 그들로 인해 생계를 이어갈 것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