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9.23 월 18:00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북미협상 지연, 미국의 문제를 볼 때다
한국일보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9.02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홍민 /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미국 재향군인회 총회에서 “북한의 ‘불량 행동’(rogue behavior)을 좌시할 수 없다”라고 발언해 또 한 차례 북한을 자극했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설전’만 무성하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가장 강력한 제재’, ‘불량행동’ 발언에 북한은 ‘독초’, ‘망발’, ‘가장 큰 위협’으로 남겠다며 응수했다. 대화가 지연되면서 북한의 협상 의지, 나아가 비핵화 의지 자체를 의심하는 분위기마저 확산되고 있다. 정말 북한은 협상 의지와 ‘진정성’이 없는 것일까? 최근 일련의 북한 담화를 좀 더 맥락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비핵화의 ‘진정성’이다. 어리석은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나 미국의 대외정책이나 행동을 누구도 ‘진정성’으로 읽지 않는다. ‘동맹’ 이면의 이중성, 자국 우선주의, 기만술 등 다양한 의도로 읽는다. 정치적으로 읽는 외교는 있어도 ‘진정성’으로만 읽는 외교는 없다. 왜 북한에만 순수한 의지나 ‘진정성’을 따질까. 한 국가의 대외정책이나 합의 실천은 그 국가의 진정성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약속 당사자들의 신뢰, 국제사회의 환경 조성에 따라 가변적이다. 혹여 진정성과 의지가 작았더라도 키우고 실천하도록 하는 외교와 ‘정치’가 핵심이다.

실용적 관점이 필요하다. 기만적이었든 약한 의지였든 합의를 ‘되돌릴 수 없는’ 궤도로 올려놓는 ‘정치’가 중요하다. ‘완전한 비핵화’ 약속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태도는 ‘정치’를 후퇴시키고 우리를 근본주의적 대북 불신으로 함몰시킬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약속이 흔들리지 않게 다잡고 되돌리기 힘든 실천의 과정으로 올려놓는 ‘정치’의 모색이다. ‘진정성’은 서로의 계산과 입장, 실리를 적절하게 드러내고 상호 합리적으로 절충하는 정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북한엔 ‘정치적 상처’가 있다. 하노이에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거부당했던 북한에 제재는 이제 타협의 영역이 아니다. ‘최고 존엄’의 권위와 직결된 영역인 것이다. 이제 북한이 다시 하노이 때와 같이 대북 제재 해제를 협상 전면에 먼저 올려놓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한에 가장 절실한 것이지만, 이제 표면적으로는 협상의 예외 사안이 된 것이다. 대신 포괄적인 안전보장을 협상 맞대응 카드로 내세울 것이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의 지연은 북한보다는 미국의 탓도 있다. 북한은 하노이 이후 절치부심 6ㆍ12 합의로 돌아가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교환을 나름대로 준비해 왔다. 최근 북한은 신형 무기 발사, 한미연합훈련 및 미국의 동북아 군비경쟁 촉발 행위 비난, 최고인민회의를 통한 김 위원장의 국가 대표성과 책임성 강화 등을 통해 ‘국가 안전’에 대한 합리적 요구를 바탕으로 향후 협상을 준비해 왔다.

‘새로운 셈법’의 핵심은 협상 전술상 미국의 태도에 따라 포괄적 안전보장을 단계적으로 전면화하여 대응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최종적으로 ‘포괄적 비핵화 대 포괄적 안전보장’에 대한 정치적 확약과 실천의 등가적 교환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이 전적으로 들어주기 힘든 것들이고 미국 국내 정치동학에서 보면 당장 하긴 힘든 것이 대부분이다. 사실 미국이 대응할 논리도 빈약하다. 북한은 이런 요구를 통해 미국이 제재 해제를 먼저 내놓을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고 싶은지 모른다.

   
▲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그러나 미국은 변화가 없다. 아직도 ‘제재’와 대화 재개 이상의 언급이 없다. 변화된 북한 협상 전술 및 전략에 대응한 준비가 거의 읽혀지지 않는다. 일각에서 북한이 일부러 협상을 지연시키거나 협상 의지가 없는 듯 보는 시각이 있다. 최근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를 보면 강한 협상 의지만큼 변화가 없는 미국의 태도에 대한 의구심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대화 상대에게 ‘제재’나 ‘인권’을 언급하는 신중하지 못한 언술, 북한의 안전보장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북미 협상 지연? 미국의 태도와 준비를 점검해 볼 때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