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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지만 다른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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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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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 / 스님

   
 

유럽으로 여행을 갔을 때, 다소 민망한 일이 생기면 `스미마센(すみません)`하며 일본인인 척하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 이것을 애국으로까지 생각하는 눈치 없는 분도 있지만, 이는 외국인에 대한 소소한 장난, 즉 여행의 낭만일 뿐이다. 그만큼 서양인 입장에서 동아시아인은 구분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우리 역시 유럽에서는 색깔이 강한 독일과 이탈리아인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이는 친근하고 익숙한 것일수록 더 높은 변별력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즉 빅데이터는 고사하고, 기초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한 데서 발생하는 오류인 셈이다. 외국인이 동아시아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동양 삼국이 유사한 기후와 문화 배경 속에서 유사성을 보이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 마치 우리가 서유럽과 동유럽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것을 대동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동양 삼국은 모두 붉은색을 좋아한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붉은색이라고 다 같은 색이 아님을 알게 된다.

중국이 좋아하는 색은 빨강이다. 오성홍기에서부터 확인되는 중국의 빨강은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리기 전 내비치는 도시 풍경에서부터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때문에 초코파이는 중국으로 진출하면서 완전한 빨간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즉 우리와는 다른 중국에 특화된 현지화 전략인 셈이다.

일본의 붉은색은 신사의 밝음으로 상징되는 주홍색이다. 이런 밝은 빨강은 일왕의 시조이자, 신사의 주체인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그래서 신사의 상징문인 도리이부터 시작해 이들은 환한 빨강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우리의 붉은색은 왕궁이나 사찰의 기둥에서 확인되는 검붉은 적갈색, 즉 팥죽색이다. 팥의 붉은빛은 불을 상징해 모든 삿된 것을 물리친다고 믿게 됐다. 그래서 고사상에는 팥 시루떡이 올라가고, 동지에는 팥죽을 먹으며 밝은 태양의 부활을 기원했다.

사찰은 왕궁과 함께 조선시대에 단청이 허락된 성소였다. 하회마을의 류성룡 고택 등에도 단청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단청은 대단한 특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언뜻 보면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이것은 비단 삼국의 색깔 문제만은 아니며, 우리의 일상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행복을 위한 삶의 가치이기도 하다.

작은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면, 지겨운 일상은 언제나 새로움으로 깨어나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즉 매일매일이 좋은 날로 거듭나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의 행복이 피어나는 것이다. 유교의 `대학`에서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나날이 새로워지는 경계를 말하고 있다. 이 역시 환기된 일상의 작은 차이를 놓치지 않는 예리한 감각에서 비롯되는 수양론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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