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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받으며 승진한 가나스기의 빈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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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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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 도쿄총국장

“밥 먹은 걸 얘기하면 안 되는 건가.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지난달 29일 당일치기로 한국을 방문해 국장급 협의를 하고 돌아간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후배들 앞에서 혼잣말처럼 했다는 말이다. 자신과 한국 측 카운터파트인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오찬을 함께 했는지를 한국 외교부가 기자들에게 제대로 확인해 주지 않은 데 대해서다.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일정은 합의한 부분만 발표키로 했다”며 관련 언급을 꺼렸다.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두 국장은 회담장인 외교부 청사와 가까운 포시즌스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시간까지 포함하면 2시간 30분 정도 머리를 맞댔다고 한다. 일본 기자들은 이런 내용쯤은 다 알고 있다.

2016년 6월부터 외무성에서 한반도 외교를 관할해온 가나스기 국장이 3일 발표된 외무성 인사에서 외무심의관(경제담당)으로 승진 발령을 받았다. 외무심의관은 ‘사무차관’에 이어 관료로선 두 번째로 높은 자리다. 승진은 축하할 일이지만, 한·일관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선 “가나스기가 떠난 양국관계가 걱정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의 국익을 위해 일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 애썼고, 무엇보다 양국 관계 개선에 열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무성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배들 중 한 명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인간성 때문이기도 하다. 외무성 내엔 “언젠가 가나스기 국장이 주한일본대사로 간다면 무조건 서울 근무를 지원하겠다”는 이들도 여럿이다. 매일같이 총리 집무실에 불려갈 정도로 한·일간 대립의 최전선에 서 있었지만 그는 한국 특파원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았다. 도쿄대 법학부 출신이 주류인 최고 엘리트집단 외무성 내에서 ‘비 도쿄대(히토쓰바시대)’ 출신인 그가 가졌던 큰 무기였다.

최근 일본 외교가엔 가나스기와는 반대로 인간성 때문에 구설에 오르는 이들도 있다. 교체가 유력하다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의 경우 남관표 대사의 말을 끊고 성질을 부린 그 장면 때문에 점수를 크게 잃었다. 고노의 후임으로 유력하다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도 마찬가지다. TV 뉴스와이드쇼에 출연한 정치 전문 패널들은 “일은 잘하는데, 인망이 형편없다” “모테기가 온다는 소식에 초상집이 된 외무성은 그를 모실 수 있는 맷집 강한 비서관 후보들을 물색하고 있다”고 헐뜯는다. 가나스기의 빈자리도, 새로 취임할 외상의 사람됨도 일본과 외교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에겐 참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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