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민 변호사.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연)는 2016년 재일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한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 성명은 일본 내 극우세력의 재일동포에 대한 혐한(嫌韓) 문제로 이어졌다. 성명에 동참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요청서 제기도 이뤄졌다.

재일동포 3세 김철민 변호사(41)는 “극우 성향 일본 누리꾼들이 (성명에 동참한) 변호사들이 ‘이적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징계요청서를 내고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일변연에 접수된 징계요청 건수는 2016년 3000여건에서 2017년 13만건으로 급증했는데, 대다수가 재일동포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요청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변호사가 받은 징계청구서만 960건이다. 그는 “차별을 목적으로 한 집단적인 징계요청은 헤이트 스피치가 한 단계 진화한 것”이라며 “한·일 무역분쟁 이후 일본 언론은 한국에는 어떤 짓을 해도 된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가 혐한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재일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한 정책에 대해 일변연이 성명을 낸 이후, (일본 누리꾼들이) 회장 등 일변연 임원들에 대해 징계 신청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혐한 사이트 내에서 이러한 성명을 주도한 게 재일코리안변호사협회(LAZAK·Lawyers Association of Zainichi Korean)라는 가짜뉴스가 돌기 시작했다”며 “회원이 아닌데도 한국식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재일동포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징계청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징계청구는 ‘여명삼년시사일기’라는 한 혐한 사이트가 주도했다. 이 사이트 운영자는 재일동포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청구서, 형사고발장 등을 첨부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이 북한과 같은 적대국으로 취급된다”고 했다. “징계요청서를 보면, 북한은 일본인을 납치했던 전쟁국가이고, 한국은 독도를 무력점령하고 있는 전쟁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인을 돕는 활동을 한다는 것은 적대국을 돕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써 있습니다. 일본은 형법상 전쟁 중에 적대국을 지원하는 행위를 사형·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하는데, 재일동포 변호사들이 이 죄를 저질렀다는 것이죠.”

김 변호사를 비롯한 LAZAK 회원들은 징계청구를 한 극우 누리꾼들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인종차별을 목적으로 한 악의적인 소송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한다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현재 10여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중 도쿄고등법원에서 심리한 사건은 승소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 변호사는 “LAZAK이 소송으로 맞대응한 이후 혐한 사이트에서 징계요청서 등을 다운받을 수 없게 조치하는 등 성과가 있다”면서도 “언제까지 피해자가 직접 나설 순 없고, 일본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와세다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일본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변호사는 LAZAK 부회장을 맡고 있다. LAZAK은 참정권 문제를 고민하던 재일동포 변호사 20여명이 2001년 설립한 단체로, 현재 회원은 130여명에 이른다. LAZAK은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 등 우익 단체들의 혐한 발언·시위에 대항하기 위한 법적 해결 방안을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김 변호사는 세계한인법률가회 서울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LAZAK은 이번 총회에서 ‘재일교포와 재일교포 변호사들에 대한 차별’ 등을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2016년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규제할 근거도 없다”며 “어느 정도 강제력을 가진 조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