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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과 선거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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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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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훈 / 국제부장

   
 

북·미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북한과의 70년 적대관계를 종식시키자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곧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북·미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결과물은 당초 기대했던 완전한 비핵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3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결정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공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여러 차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언급했다. 하지만 여러 신호를 감안할 때 미국은 비핵화 수준의 궤도 수정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먼저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수준에서 북·미 협상을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으로 포장해 내년 대선 승리의 초석으로 활용하고, 완전한 비핵화는 재선 후의 과제로 넘기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리비아 모델’을 비판하며 언급한 소위 ‘새로운 방법(new method)’에 대해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로 알려진 북한의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양국 분위기로 볼 때 협상의 결과물은 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 동결은 영변 원자로와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 가동 중단,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공장의 가동 중단 등을 의미한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겠지만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도 “약속을 깬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다르다. 그의 논리라면 ICBM의 위협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내세워 미 본토의 안전을 확보했다는 식으로 성과를 강변할 수 있다.

북·미 협상의 결과물은 올 연말 혹은 내년 1분기 중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본격적인 재선 유세를 앞둔 시기, 선거운동에 가장 큰 탄력을 줄 수 있는 시점이 전략적으로 선택될 것이다.

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결과물은 미국 입장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위할 수 있는 ‘스몰 딜(small deal)’이 될 수 있지만 우리 입장은 다르다. 일각에선 자칫 ‘최악의 협상(worst deal)’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위협은 그대로인데 비용만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위협은 변함없는데 미국은 협상 결과를 내세워 비용을 요구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 수준의 결과물은 한국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고 내년 4월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시작은 북·미 협상 조정자론을 둘러싼 다툼이 되겠지만 논쟁은 아마도 핵무장 논란으로까지 번져갈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에 대응한 한국의 핵무장 시나리오를 담은 ‘퍼거슨 보고서’가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핵무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리가 일각에서 제기될 것이다. 범여권은 핵무장 반대로 의견을 통일할 수 있지만,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명성을 보여야 하는 범야권 정치인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낼 여지가 적다. 여권보다는 야권에서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과를 대선에서 활용할 것이다. 본토에 대한 위협을 최소화하면서 한국에서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식으로 치장할 수 있다. 이 카드가 재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그가 재선된다면 지금처럼 북·미 협상에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을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3선의 기회가 없고,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본토와 상관없는 북한의 핵 위협 억제라는 과제를 지금보다 후순위로 밀어놓을 것이란 추측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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