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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달라져야 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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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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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 수석논설위원

조국 사퇴 불구, ‘민심 이반’ 상처투성이
‘진영 간 싸움’으로 몰고 간 전략의 실패
임기 전반 성찰하면서 후반엔 성과 내야

   
 

두 달 동안 온 나라를 사실상 내전 상태로 몰고 간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은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진두지휘한 문재인 대통령부터가 치명상을 입었다. 이 정부가 내세운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훼손된 것도 큰 손실이지만 ‘조국 사태’는 문 대통령에게 ‘불통의 이미지’를 아로새긴 오점으로 남았다.

문 대통령의 가장 큰 패착은 조국 사태를 ‘진영 간 전쟁’으로 규정한 전략적 오판이다. 이번 싸움은 애초 보수 진영이나 자유한국당, 검찰과의 대결이 아니었다.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었고 지지를 보냈지만 조국 임명에 비판적인 중도층과 일부 지지층에 맞선 것이 잘못이었다. 불공정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이탈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게 나라냐”는 분노가 “이건 나라냐”로 되돌아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조국 이슈’를 ‘문재인 이슈’로 스스로 전환한 결과가 중도보수층 이탈에 따른 지지율 최저치 경신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조국 문제에서 국민과 소통할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 청와대 최측근 참모의 법무장관 직행 논란을 건너뛰었고, 현 정부의 최고 가치인 공정과 정의를 포기하다시피 하며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검찰 개혁의 시급성”이 상식을 뛰어넘는 조국 감싸기의 이유였지만 “왜 하필 조국이어야 하는가”를 납득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여론이 두 쪽 나 몸부림치는데도 국론 분열이 아니라는데 많은 사람이 절망했다.

사실 문 대통령은 소통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여건에서 출발했다.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 이미지가 워낙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일방적인 미국산 소고기 수입 결정으로 시민들의 촛불 시위를 자초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 논란’과 ‘오기 정치’로 임기 내내 불통 논란에 시달렸다. 이를 알기에 문 대통령도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5년 내내 야당과의 대화와 소통”을 강조했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문 대통령에게 ‘불통’과 ‘독선’이라는 말이 줄곧 따라붙고 있으니 갑갑한 노릇이다. 경향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에 대한 긍정 평가는 48.0%로 취임 초의 81.4%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국민의 절반이 문 대통령의 소통 능력에 실망했다는 응답도 그렇지만 2년 사이에 다수가 비판적으로 돌아선 것이 더 놀랍다. 도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돌이켜 보면 지난해 6월의 지방선거 결과가 변곡점이 된 듯하다. 2016년의 총선과 2017년의 대선에 이은 지방선거 압승은 문재인 정부에는 유례없는 정치적 성과였다. 대통령은 “자만하지 말자”고 했지만 이미 집권세력 내부는 승리감에 도취된 상태였다. ‘20년 집권’ ‘100년 집권’ 등의 오만함이 가득한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때쯤이다.

가정은 부질없지만 정치력이 최고조에 이른 당시 여당이 탄핵에 동조한 야당들과 ‘개혁연대’를 꾸려 개혁 작업에 나섰다면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헌과 선거제도, 검찰 개혁, 재벌 개혁의 가닥을 잡고 미래를 향해 줄달음질치고 있지 않을까 아쉬움이 크다. 검찰 개혁이 그토록 중요한 과제였다면 그때 기회를 잡았어야 했다.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야당과의 대화와 소통을 등한시한 결과가 지금 사생결단과 이전투구로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초 노동계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진보와 보수가 양분되는 시대는 끝났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국정 책임자로서 나는 변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달라져야 한다. 현실을 바꿀 능력이 부족하다면 현실에 맞춰 생각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임기 반환점(11월 8일)을 맞아 지난 2년여를 냉정히 돌아보고 고칠 것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 그러면 조국 사태가 좋은 예방주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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