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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일의 트럼프’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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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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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 고문

   
 

오늘로 취임 1,008일째를 맞는 트럼프 대통령이 점점 더 탄핵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하원 민주당의 탄핵조사를 “근거 없는 위헌적 시도”라며 전면 거부한 트럼프 방어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전·현직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들을 비롯한 외교관들이 그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가성 원조를 제공하며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다고 증언하고 나선 때문이다.

트럼프는 탄핵조사를 흑인의 아픈 역사를 건드리는 ‘린치’에 비유하는 공격으로 또 다시 물의를 빚으며 맞서고 있으나 이어지는 증언과 여론지지 증가를 동력 삼아 탄핵조사는 상당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가능성 높은 탄핵 시나리오는 민주당 하원의 탄핵안 통과와 공화당 상원의 무효화 판결이다. 더 큰 관심사는 그 다음이다 : 탄핵으로 상처 입은 채 가까스로 구조된 트럼프는 재선될 수 있을까.

양극화 당파 대결로 진행될 탄핵은 대선 결과의 믿을만한 풍향계가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1,000여일 통치의 결산이 조금 더 정확한 예상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다시 안전하게,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이제는 공허한 말이 아닌 행동을 할 시간”이라고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천명했다. 1,000여일이 지난 현재 민주당은 그의 ‘행동’이 탄핵조사를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공화당 트럼프 지지자들은 취임 첫날부터 트럼프 퇴출을 겨냥한 민주당의 또 하나 시도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트럼프 긍정평가의 1순위는 경제다. 경제학자들의 침체경고가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 대부분 경제뉴스는 일반인들에게 고무적이다. 실업률은 196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주가는 여전히 상승세이며 2분기 국내총생산(GDP)도 2% 성장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불안이 확산되는 것도 사실이다. 메트라이프 최근 서베이에 의하면 51%가 곧 침체가 올 것으로 믿지만 대비는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계속 경제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가가 트럼프의 최대도전 중 하나로 지적된다.

대표적 부정평가는 ‘대통령다운 자질’ 결여다. 대부분 습관적이고, 때로는 고의적인 그의 무분별한 언행과 극단적 정책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하락시키고 국내의 정치적·사회적 분열을 악화시켜왔다. 건설적 정치대화는 거의 중단상태다. 최근 퓨센터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75%가 민주·공화 양당은 “기본적 사실에도 동의하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민주주의 원칙과 미국의 전통 가치관을 무시하며 매일 분노와 혼돈, 분열을 초래하는 감정적 언행을 계속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먼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55%가 “트럼프가 정치토론의 본질을 부정적으로 악화시켰다”고 답했다. 주로 트윗을 통해 모욕과 비방을 쏟아 붓는 트럼프의 소통 스타일에 대해선 70%가 우려, 70%가 혼란, 69%가 당황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때때로 재미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54%나 되었다.

보수진영이 트럼프를 강력 지지하는 대표적 이유는 사법부의 보수화이며 이 부문에서 트럼프의 업적은 성공적이다. 젊은 강경보수 대법관 2명 인준으로 앞으로 수십년 연방대법원 보수화의 터를 닦았고 150명 연방판사들의 인준을 받아냈다.

트럼프 1,000여일 평가에선 이민정책을 빼놓을 수 없다. 국경장벽은 약속한 450마일 새 장벽 중 71마일 정도를 세웠고, 나머지는 2020년 말까지 국방예산 전용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의 반이민정책으로 이민자들의 권익은 대폭 위축된 상태다. 일반 서류미비자들은 무차별 기습단속으로 불안에 떨고 드리머들은 연방대법원의 다카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공적부조 수혜 제동, 출생시민권 폐지 추진, 가족이민 축소라는 트럼프 방침에 합법이민자들도 숨을 죽인 상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말한다. “트럼프가 장벽을 못 세워도 상관없다. ‘그들을 못 들어오게 하라!’가 그의 방침이니까” - 이민사회 쪽에서 보면 단결해 트럼프의 재선을 막아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지난 1,000일 동안 900여 차례 여론조사를 집계한 트럼프 지지율은 거의 변하지 않는 고정상태다. 취임당시 40% 중반대에서 시작해 첫해 30%대로 잠깐 떨어졌으나 둘째 해부터는 계속 40%대를 유지했고 현재는 43.5%를 기록하고 있다.

인종차별·여성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고, 미디어를 ‘국민의 적’으로 공격하면 지지층은 ‘솔직한 정치가’ 트럼프에게 열광한다. 스캔들, 거짓말, 탄핵조사, 외교정책 실패…그 어떤 악재에도 40~45% 지지율은 굳건하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아무 것도 양보 안하면서, 자신의 승리를 의심치 않는 대통령이 믿는 표밭이다. 지지층 확대도 원치 않는다. 고정 표밭의 투표율이 반대층보다 높으면 된다. 그 전략으로 2016년에 당선되었고 2020년의 승리를 노리고 있다.

역사학자 레베카 솔닛은 ‘오물 같은’ 뉴스를 쏟아 낸 트럼프 집권 “천일이 천년 같았다”고 개탄한다. 트럼프 재선은 그 ‘천년 같은 천일’을 두 번 더 겪어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또 1,000일’을 막는 길은 그의 지지층보다 적극적인 투표 참여밖에 없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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