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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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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호 / 논설위원

   
 

출발은 2018년 10월 30일이다. 신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부다. 2012년 김능환 당시 대법관은 혼자 물꼬를 돌렸다.

개인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했다. 6년 후엔 대법관 전원이 모여 찬성 11 대 반대 2로 결론을 내렸다. 9개월 후 일본이 반격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핵심소재 수출규제였다. 전략물자 수출에 우방국으로 간주하는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도 맞받아쳤다. 11월 22일 자정까지 유효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관광 중단까지 갔다. 감정싸움이 격화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의례적 악수만 했다. 8초짜리 조우도 있었다. 태국 방콕 아세안+3 정상회의에선 11분간 `환담`을 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일본 측 발표엔 썰렁함이 묻어 있었다.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우리가 지소미아를 연장하고, 일본은 수출규제를 철회하는 게 일차 해법이다.

한·미·일 안보공조를 위해서라는 명분도 있다. 갈등의 출발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따로 풀어야 한다. 양국에 각각 원칙이 있다. 한국은 대법원의 판결 존중이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고수다. 이 문제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 신청으로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다. 피해자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현금화, 즉 매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측은 "(자산 매각은) 루비콘강을 건너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한다. 자국 기업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모든 옵션을 열어두고 대응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안은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 처음엔 양국 관련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배상하자는 방안(1+1)이었다. 한국의 제안인데 일본이 거부했다. 한일 양국 기업이 먼저 나서고, 한국 정부가 알파로 참여하는 방안(1+1+α)도 나왔다.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이 경제협력 명목의 기금을 창설하고 일본 기업이 알파로 추가되는 방식(1+1+α)도 있다. 일본 정부 쪽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양국 정부와 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방안(2+2)도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와세다대 강연에서 한일 기업에 한국 국민의 기부를 더하고 위안부재단 잔액도 끌어와 기금을 마련하자고 했다.

과거 대통령들의 한일 관계 접근 방식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에 금전적 배상을 하라며 매달리지 말고 도의적 책임만 묻도록 하자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을 압박해 사과를 끌어내는 게 아니라 일본이 자발적으로 풀도록 유도하자고 했다. 실제로 일본 의회 연설에서 감명을 줬고 오부치 총리로부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을 끌어냈다.

종합해보면 해법은 이렇다.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을 대신해서다. 한국 기업을 끌어넣지 않아도 된다. 물론 가해자의 사과가 병행돼야 한다. 일본 정부나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지도 말자. 초연하게 밀고 가자.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와 거리가 있지만 일본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되니 당당할 수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체결할 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우리에게 경제개발자금이 필요하지도 않다. 피해 당사자도 배상 판결을 얻어냈지만 돈 때문에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일본에 도덕적 우위만 확보하면 된다.

일제의 불법적 강제로 피해를 본 징용 대상자 20만여 명의 뒤이을 소송과 관련 기업에 대한 강제 집행이 이어지면 양국 관계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해법을 속히 마련하자. 한국 정부가 나서서 피해자에게 배상하고, 일본에는 사과와 반성만 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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