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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의 한숨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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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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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찬 / 논설위원

   
 

옌롄커(61)는 위화, 모옌과 함께 중국 문단의 3대거장으로 꼽힌다. 귀에 익은 작가는 아니다. 위화가 <허삼관 매혈기>로 30여년 전에 스타가 되고,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 모옌이 노벨 문학상(2012)을 받은 것에 비하면 늦게 알려졌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중국 작가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딩씨 마을의 꿈> <풍아송> <사서> 등 주요 작품은 대부분 한국어로 번역·출간됐다.

지난 12일 대산문화재단 주최 옌롄커 초청 강연에는 300여명이 몰렸다. 작가, 작품, 글쓰기가 궁금한 독자들은 동시통역기를 꽂고 귀를 세웠다. “나는 실패한 작가입니다.” 일성은 의외였다. 모두 놀라는 분위기였다. 최고의 작가가 실패했다니. 그것뿐 아니었다. 그는 군인, 관료로도 실패했고 인생 자체가 실패라고 말했다. “나의 실패는 운명”이라고도 했다. 강연 1시간30분간 내내 ‘실패’를 수십 차례 언급했다. 말 마디마디에는 탄식과 한숨이 배어 있었다. 강연 주제는 ‘침묵과 한숨-내가 경험한 중국과 문학’이었다.

옌롄커는 인민대학교수이자 루쉰상·라오서 문학상을 받은 1급작가다. 베이징의 중산층 아파트 16층에서 산다. ‘먹고사니즘’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실패’는 지식인의 실패다. 그는 “중국 현실에 침묵하며 대처에는 유약하다. 행동에 나서지 못한 채 탄식과 원망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자신을 방관자·침묵자라고 규정했다. 평생 투표와 시위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그는 한국의 시위문화가 부러워 2008년 광우병 집회에 동참했다고 했다. 글쓰는 사람으로서 옌롄커가 할 수 있는 것은 소설로 현실을 담아내는 일.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다. 발행·유포·보도 금지라는 검열이 발목을 잡는다. 중국에서 그의 소설 대부분은 금서다.

‘인류는 아프리카가 아닌 중국에서 시작됐다.’ ‘영어는 후난성에서 기원했다.’ ‘예수의 고향은 동북지역이다.’ 옌롄커가 들려준 중국 대학의 연구프로젝트다. 황당함과 불가사의로 가득 찬 나라. 옌롄커는 “중국에서 작가로 태어난 게 행운”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마법 같은 현실은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없다. 그의 소설이 신실주의(神實主義) 또는 황당 리얼리즘으로 불리는 이유다. 옌롄커의 한숨은 중국 지식인들의 한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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