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이 지난 11일 서울 강남의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한 것을 두고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무소유와 청빈의 삶을 강조한 법정스님의 입적과 다비식을 전후로 이루어진 일이라서 신도들이 의아해왔는데, 이번에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외압 의혹이 불거져 불교계 뿐만 아니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명진스님은 지난 21일 봉은사의 일요법회에서 "자승 총무원장이 지난해 11월5일 취임한 후 11월13일 오전 7시30분 프라자호텔 식당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현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두면 되겠느냐'라고 자승 총무원장에게 얘기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안상수 대표는 얼마 전 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인한 김길태 사건을 두고도 좌파의 잘못된 교육때문이라고 말하여 구설수에 올랐다. 봉은사 외압설이 사실이라면 여당 원내대표의 처신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좌파교육 발언도 전형적인 프레임정치를 목표로 한 어이없는 발언이라 할 것이다.

▲ 22일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안상수 원내대표

그럼 왜 조계종 총무원과 안상수 원내대표는 봉은사의 직영사찰화를 통해 명진스님을 몰아내려 했을까? 참고로 직영사찰은 총무원장이 주지를 직접 임명하는 절로, 현재는 대중기도처로 유명한 갓바위가 있는 대구 팔공산 은혜사가 유일하며, 이번에도 조계종의 입법부격인 중앙종회에 봉은사와 도선사가 직영사찰의 대상으로 상정되었지만 도선사는 부결되었다. 조계종 총무원 쪽은 ‘봉은사 직영화’ 배경에 외압은 없으며, 서울지역 포교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명진 스님은 2006년 11월8일 봉은사 주지로 임명됐다. 선승으로서, 현실참여승으로서 사판을 맡은 적이 없던 그는 주지로 임명된 뒤 1천일 기도와 재정 공개, 봉은사 비전 발표 등 파격적 행보로 봉은사를 강남불교 1번지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