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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서 유대인이 살 수 있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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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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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동아일보 아시아 포커스 / 09.03.27 /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
          
이란을 핵무기로 세계를 위협하는 ‘미친 시아파 이슬람 테러리스트’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이란 내에 거주하는 유대인이 현재 2만5000명에 이른다고 한다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그동안 이란이 반이스라엘 운동을 비롯해 얼마나 신랄하게 이스라엘을 비판했는지 생각해봐도 그렇다.

물론 미국 내 유대인들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당시 재산을 몰수당하고 쫓기다시피 이란을 떠난 시절을 떠올리며 분개할지도 모른다. 이란 내 유대인 사회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 샘 커매니언 씨는 나의 칼럼에 대해 “이란에 대한 당신의 묘사는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적들을 실감나게 표현하지 못한다. 이란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은 실제로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란의 종교지도자들은 여론 조작에 매우 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란 내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이 얼마나 억압된 역사 속에서 살았는지, 내가 다 알 수는 없다. 또 이란은 ‘자유롭지 못한’ 사회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이란과 관련한 워싱턴 강경파들의 논리는 이란을 ‘종말론적인 정권’으로 보는 시각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2만5000명의 유대인이 이란에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런 강경파들의 세계관을 무디게 한다.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다른 중동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1906년 이란의 입헌혁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란 국민들은 대의제 민주주의 정부를 오랫동안 갈망해 왔다. 올해 6월의 대통령선거 역시 이란의 민주주의를 가늠할 계기가 될 것이다. 이집트, 알제리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이슬람 운동이 과격해진 것은 사실이다. 복잡한 국제정세로 중동지역에서는 민주주의보다 과격파의 목소리가 커졌다. 반면 이란은 변화를 원하는 국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극단적인 원리주의보다 다원주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오히려 중동의 일부 독재자가 그동안 아늑했던 자신의 지역입지가 흔들릴까봐 미국과 이란의 외교관계가 개선되는 걸 두려워할 정도다.

‘중동의 역사’라는 저서로 유명한 버나드 루이스 씨가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의 기고문을 통해 “이슬람 신정(神政)주의자들과 민주주의가 충돌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나는 두 세력 간 다양한 형태의 합의점이 도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란 외교에는 실용주의가 살아있다. 냉전시대에 이스라엘과 협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라크와의 전쟁이 끝날 수 있었던 것도 실용주의 덕분이었다. 1998년 국경지역에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병사들에게 이란 외교관 10명이 살해당하자, 9·11테러 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융통성 있는 태도는 1979년 이후 이란에도 자유주의 물결이 흘러들어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란 핵문제를 실용주의 눈으로 볼 근거가 바로 이 점이다. 핵무장한 이스라엘과 파키스탄, 미군이 장악한 바로 곁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모두 고려해보면 오히려 이란이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합리적인 건 아닐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미국이 다시 외교적 실용주의로 돌아오는 것이다. ‘친아랍’으로 분류되던 찰스 프리먼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위원장 지명자가 최근 유대계 로비로 낙마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정가에 만연한 중동에 대한 ‘분노의 횃불’을 훌쩍 뛰어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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