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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재외공관에 외교 기대하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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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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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 / 정치부 기자

   
▲ 주미 대사관 회계업무 직원의 의료보험 관리 계좌 보관금 사적 사용 명세 일부.

감사원이 16일 발표한 ‘재외공관 및 외교부본부 운영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우리 외교 현장 관리가 이런 수준이었나 싶다.

주미 대사관을 보자. 전 회계담당 직원 A 씨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대사관 직원들의 연말 의료보험료 환급금을 별도 계좌에 챙겨 2만9338달러(약 3401만 원)를 사적으로 사용했다. 내용을 보면 그 대범함에 놀라게 된다. 대사관 공용물품 구입에 써야 하는 신용카드로 의류와 액세서리를 사는 것은 예사다. 플로리다 올랜도행 비행기 티켓과 크루즈 여행 경비, 중고피아노 계약금, 치과치료비에 자녀의 학원비와 장난감, 교정기 구입 등에 카드를 긁었다.

A 씨는 카드대금을 결제할 수가 없자 아예 카드 발행은행을 지급처로 의료보험관리계좌에서 수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는 감사 과정에서 “관리자들이 인지하지 못해 혼자서 횡령했다”고 했다. 허술했던 관리가 피해액을 키운 셈이다. 그는 지난해 7월 29일에서야 전액을 변제했다. 감사원은 외교부 장관에게 A 씨의 징계를 요청했고 검찰에는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또 다른 미주지역 B대사관에선 오랜 기간 경비를 ‘선 집행 후 지급 결의’ 식으로 처리하다가 전·현직 관계자들이 줄줄이 징계 대상에 올랐다. 지출 내역이 누락된 액수만 2만3411달러, 약 2716만 원이다. 지난해 5월 부임한 이 대사관의 대사는 전임 회계담당자의 허위 장부 기록으로 장부 잔액과 공관운영계좌 잔액이 일치하지 않는 사실을 보고받자 “잔액이 제로가 되는 것을 원한다. 당장 부족한 액수를 집어넣으라”며 후임 직원에게 사비로 변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공금 횡령, 장부 허위 기재는 재외공관의 해묵은 문제들이다. 지난해 7월 외교부 자체 감사에서도 주독일 대사관 직원이 6년간 7억 원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났다. 공관 운영비가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아 남몰래 귀국해 조사받은 대사나 공관 직원들도 더러 있다.

이렇게 장기간, 또 반복되는 회계 부정을 접할 때면 ‘도대체 왜 아무런 관리, 감독이 없었나’라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전직 외교관은 이에 대해 “본부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공관 규모가 작을수록 공금 횡령은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A 씨의 상관이었던 서기관이 “좀 더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보통·상식 이상의 관리, 감독을 했다”고 해명한 것을 보면 안일한 상황 인식이 외교가 전반에 퍼져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울 정도다.

재외 공관은 국익 확보를 위해 각국에 나가 있는 외교 현장의 최일선이다. 재외 동포와 해외에 나간 한국 관광객들이 이런 공관을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어느 곳보다 개혁과 쇄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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