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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착용 문화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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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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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훈 / 전북대 교수]

한국어·일본어·중국어에서 마스크(マスク, 口罩)는 가면·복면·탈과는 구분되는 대상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하지만 영어·프랑스·독일어 등 유럽어에서는 그것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한국·중국·일본에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은 공중도덕을 준수하는 행동이지만, 미국과 서유럽에서 그것은 공중도덕을 어기는 무례한 행동이다.

   
 

한국인·중국인·일본인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기능 또는 패션 등 다양한 용도로 마스크를 쓴다. 추위·미세먼지·꽃가루·자외선·감염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방한용 또는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한다. 연예인이 공항 등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갈 때 타인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마스크를 쓰고, 일반인은 그와 유사한 마스크를 ‘연예인마스크’ 또는 ‘아이돌마스크’라 하여 패션상품으로 착용한다. 아이는 미키마우스, 뽀로로, 푸, 스누피, 둘리, 헬로키티 등 캐릭터 마스크를 쓰고, 젊은이는 화장하지 않은 민낯을 가리거나, 초췌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 한국인·중국인·일본인에게 마스크는 자신과 타인을 지켜 사회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이면서, 개성 표현의 한 가지 방식으로 활용된다.

   
 

미국·서유럽 사람에게 마스크는 공공장소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품이다. 누군가가 마스크를 쓰고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공공장소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범죄자나 테러리스트일까 두려워하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한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낀 사람의 눈과 귀만 볼 뿐, 그의 얼굴과 표정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불안해한다. 감기·독감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린 사람이 불가피하게 집 밖으로 나올 때 보건용 마스크를 쓰지만, 그 경우에도 타인에게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공공장소에는 가지 않는 게 규범이다. 사람들은 보건용 마스크를 낀 사람을 보면, 감염병을 떠올리며 경계 자세를 취한다. 그러므로 미국이나 서유럽 거리에서 마스크를 낀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대하는 태도가 이처럼 사회마다 다르다 보니,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올해 봄 각국 거리의 풍경 역시 다르다. 한국인·중국인·일본인은 거의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미국·서유럽 사람은 그렇지 않다. 한국·중국·일본 사회에서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공공장소에 나타난 사람이 주위의 눈총을 받고, 미국·서유럽 사회에서는 마스크를 낀 사람이 그런 처우를 받는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미국·서유럽 사회의 마스크 착용 문화가 바뀌고 있다. 2020년 3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추진으로,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 거리의 행인 수가 크게 줄었다. 그들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 무증상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고, 확진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파리와 뉴욕 시민도 자신을 방어하고 타인의 불안을 덜기 위해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인·중국인·일본인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마스크를 자신과 사회를 지킬 수 있는 장비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마스크 착용 문화가 얼마나 확산할 것인지, 또 그것이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존속할 것인지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미국과 서유럽 사람이 마스크의 기능과 의미를 재평가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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