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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된 한국형 방역모델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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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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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종 / 사회부장

韓 코로나19 대응 세계적 주목 / 메르스 뼈아픈 경험 반면교사 / 정은경 본부장의 리더십 호평 / ‘신뢰자본 구축’ 측면 값진 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한국의 대응은 세계가 본받을 모범 사례가 됐다”며 “한국의 방식은 열린 민주주의 사회의 모든 힘과 지성, 자원을 한데 모았다”고 호평했다.

해리스 대사가 이날 사랑의교회가 유튜브를 통해 연 ‘SaRang On(사랑온) 정오기도회’에 참여해서 한 말이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당국자들을 질병관리본부에 파견해 코로나19 확진 검사 관련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지난 14일자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확진자 경로 추적과 대규모 검사를 통해 경제·사회 분야의 경직을 완화하고 기업과 상점은 정상영업을 하고 있는 한국을 긍정평가했다.

19일 화상회의로 열린 4차 주요20개국(G20) 보건장관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공유했다. 우리 방역 당국의 대대적 검사와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정밀격리,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한국형 코로나19 방역 모델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화·민주화시대 우리의 역할모델이었던 선진국이 우리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건 ‘낯선 뿌듯함’이다.

난세는 영웅의 이야기를 만든다. 코로나19 서사의 주인공은 단연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다. 24시간이 모자라 머리 감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쇼트커트로 자른 정 본부장은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도 오후 2시면 어김없이 나타나 차분하고 간결하게 대국민 상황보고를 했다.

‘정은경의 오후 2시 브리핑’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국민들의 ‘슬기로운 즐겨찾기’로 자리 잡았다. 그의 솔직한 메시지, 정보에 근거한 과학적 분석은 바이러스 공포를 덜어주는 치료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수척해지며 흰머리가 늘자 국민들은 “힘내라 정은경!”이라며 그와 질병관리본부를 응원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런 정 본부장의 리더십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놓으며 자국의 무딘 대응에 날을 세운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 정 본부장처럼 전문가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은 신뢰자본의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값진 일이다.

방역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사 출신인 그가 이론과 실전을 두루 겸비한 국내 최고 방역전문가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처리과정에서 직접 겪은 관료주의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조율하면서 의료현장과 정책의 괴리를 줄이고 있다는 평가다.

 

정 본부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 보건학 석사와 예방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최고 전문가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역학조사관으로 차출된 많은 의사 공무원들은 사태 종료 후 감사원의 감사처분으로 직책 강등 등의 수모를 겪었다. 정 본부장 역시 센터장 정직 감사원 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감수하며 질병관리본부를 지켰고 문재인정부에서 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코로나19 방역체계가 메르스의 실패를 극복하면서 빚어낸 성과라는 점도 뜻깊다.

현재의 질병관리본부 체계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돼 왔다. 노무현정부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때 질병관리에 대한 중앙컨트롤센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미국의 CDC를 본떠 질병관리본부를 출범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있었지만 2015년 메르스 유행 때까지도 방역체계는 문제투성이였다. 환자의 동선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컨트롤타워는 혼돈스러웠다. 당시 그런 뼈아픈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현재의 개선된 시스템이 나왔다. 정 본부장은 취임 초부터 감염병 대응에 천착했고, 실전에서 완벽하게 소방수 역할을 하고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갈고닦은 내공을 시즌에서 완벽하게 선보인 에이스 투수와 닮았다. 모처럼 소 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고친 셈이다.

코로나19는 진행형이라 결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위기가 기회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과 같은 대응체계를 유지해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가 방역 선진국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게 꿈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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