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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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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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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 / 스포츠팀장

   
 

프랑스 내과의사이자 여행가인 프랑수아 베르니에(1620~88)는 12년간 무굴제국 황제 아우랑제브의 주치의로 일했다. 귀국한 뒤 『지구상에 거주하는 서로 다른 종들의 분류』라는 책을 1684년 펴냈다. 인종 분류를 최초로 시도한 책이다. 그는 인종 간 우열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유럽인의 우월성을 많이 드러냈다. 그가 뿌린 인종주의의 씨앗은 데이비드 흄, 임마누엘 칸트, 요한 블루멘바흐로 이어져 싹을 틔웠다. 악의로 시작한 일이 아니라도 인류 불행의 실마리가 된다.

인종을 생물 분류학의 아종(亞種)으로 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번식은 가능하지만, 자연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생식하는 개체가 없고, 유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할 때 아종으로 본다.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는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등장했고, 6만년 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종이 분화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특정 집단이 오랜 시간 고립된 적이 없고, 번식기도 따로 없다. 종의 분화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포유류의 집단 간 차이를 측정하는 고정지수(Fixation index, Fst 값)라는 게 있다. 범위가 0~1인데, 1이면 다른 종, 0.3이 넘으면 변종이다. 인간은 0.156이다. 거기서 거기란 얘기다. 과학이 알려준 인종의 진실이다.

미국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 살인 사건으로 인종(차별)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 유네스코는 1978년 프랑스 파리 제20차 총회에서 ‘인종과 인종적 편견에 관한 선언’을 채택했다. 이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단일한 종에 속하며 공통의 선조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1조1항) ▶인종주의란 집단 간 차별적 관계가 도덕적, 과학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거짓된 관념이다.(2조2항)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법은 그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 적극적인 정치적, 사회적, 교육적, 문화적 조치의 프로그램에 의해 법을 보완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6조3항) ▶한 국가에 의해 실천되는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도 국제적 책임을 야기하는 국제법의 위반을 구성한다.(9조1항)

유네스코 선언문은 누군가가 꼭 새겨들었으면 하는 내용이다. 파리기후협약을 무력화하고, 세계보건기구(WHO)를 위협하고, 인종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그 사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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