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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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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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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 / 칼럼니스트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는 1980년에 발표한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산업주의 종말과 새로운 문명의 출현을 예고했다. 제1의 물결은 농경문명으로 BC 8000년경부터 AD 1700년대 까지 9,700 여년 지속되었으며 제2의 물결은 산업사회문명으로 176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1900년대 말까지 250여년 지속된 문명이다. 제3의 물결은 미래의 문명으로 정보혁명을 주축으로 21세기의 신문명 시대가 도래 하여 인간의 생활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며 원격근무 및 재택근무(Working from home)가 일상화되리라고 예언했다.

과연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입으로 금년 초부터 전 세계가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되었으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인류문명의 대전환을 촉진해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비 접촉, Un-contact 는 새로운 화두가 되었으며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비 접촉 대면이 일상화 되고 따라서 인적(人的), 물적(物的) 이동도 축소되게 되었다. 4차 산업의 핵심도 인간간의 대면 접촉을 줄이고 모든 정보를 기계에 집중시켜 관리하게 함으로서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를 통하여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데 모아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당면한 문제는 지금까지의 집합 문화를 탈피해야하는 일이었다. 학생은 학교를 갈 수 없고, 직장인은 직장에 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수요자는 상품을 구매하러 시장에 나갈 수가 없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라고 말했듯이 인간은 변화된 상황에 부딪히면 그 상황을 뚫고 나가려는 예지를 발휘하는 것이고 어차피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 대한 대책이 코로나 사태로 서둘러진 것이라고 본다.

토플러가 예언한 재택근무에 대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설마하고 주저해왔다. 아무렴 직원들이 모여 회의도 하고, 상의하며 일처리를 하고 윗분의 업무 지시도 받아야하고, 업무 보고도 해야 하는데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가능할 까? 하고 반신반의 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타율적인 상황에 의해 행해진 재택근무 상황이지만 막상 경험하고 보니 ‘해 볼만 하다’ 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자의반 타의반 재택근무를 경험해보니 재택근무의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출퇴근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 회의, 잡담, 손님 접대 등에 따른 업무 방해 요소도 없어진다. 일과 삶의 균형 잡힌 생활이 가능해진다. 회사 입장에서도 사무실 비, 식음료 비, 접대 비, 보조인력 비 등 비용이 절감될뿐더러 사회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출퇴근 시간 교통 혼잡, 간접자본 투자를 줄일 수 있고 지구 환경 측면에서도 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 도시로의 인구 집중 현상도 제어할 수 있다. 사실 20세기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유통의 패턴은 21세기가 된 지금까지 가속화되어가고 있으며 지구의 종말을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집에 독립 공간이 없으면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으며 가족에 의한 방해 요소도 발생할 수 있고 업무 성과를 측정하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앞으로 재택근무가 정착이 되면 정해진 시간에 1일1회 팀원 전체 화상회의를 실시하여 업무 지침을 공유할 수 있다. 일일 업무일지를 작성하도록 하여 자체 업무 목표를 설정해서 실행하도록 자기관리를 유도한다. 또한 팀장의 업무 코칭 및 관리 강화로 단점들을 해소 할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선 노트북 컴퓨터만 들고 다니면 어느 곳에서든 근무가 가능하고 휴양지에서도 근무할 수 있어 창의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근무 방식이 타율적이고 형식에 치우친 면이 강했다면 자율적이고 성과중심적인 인력 관리가 가능하다.

재택근무는 현실이다. 3개월 전 까지만 하더라도 상상을 못하던 일이었다. 외손자 하나가 미국 미시건 대학을 조기 졸업하고 동시에 실리콘 벨리(Silicon valley)에 있는 회사에 취직도 결정되어 워크 비자가 나올 때가지 휴가 차 한국과 뉴질랜드에 들렸다. 지난 2월 말에 뉴질랜드가 봉쇄되기 전 도착해 체재하면서 워크 비자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3월 중순에 비자가 나오고 회사 측에는 4월초부터 근무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3월 하순에 들어서면서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져 하루하루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되었다. 국경 봉쇄로 비행 편도 마땅치 않고 미국에 도착하더라도 통행이 제한되고 식품 구입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거처 마련도 막막하게 되었다. 별 수 없이 회사에 연락해서 상의했더니 무리해서라도 미국에 오던지, 입사를 연기하던지, 아니면 뉴질랜드에서 재택근무해도 된다는 3가지 옵션을 제시하는 거였다.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면야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행을 강행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신입사원이 입사 오리엔테이션도 없이 외국에서 근무한다는 게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재택근무를 하기로 마음을 굳히는 수밖에……

마침 게라지 한쪽을 이용해 사무실 공간으로 꾸며 놓은 상태라 그 방을 근무실로 하고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정확히 근무 시간을 지키면서 화상 통화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컴퓨터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근무 시간에는 식구들도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벌써 3개월에 접어들었는데 꼬박꼬박 급여가 입금되고 일이 굴러가는 걸 보니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손자는 혼자 생활 꾸려 나갈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숙식비 등 생활비까지 절약하게 되니 재택근무가 행복한 모양이다. 시대의 변화를 거역할 수는 없다. 오히려 변화의 물결에 순리적으로 대응해 순항(巡航)을 계속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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