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와 냉전시대를 거치며 국가의 보호사각지대에 놓였던 무국적 고려인을 지원하는 특별법안이 9일 발의 되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이범관 의원(이천·여주)은 9일 무국적 고려인의 거주국 체류자격 취득을 위해 관련국 정부와 교섭하는 것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려인 합법적 체류자격 취득 및 정착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범관 의원외 국회의원 21명이 발의한 이 법안은 일본의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이 발생된 때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의 시기에 농업이민, 항일독립운동, 일제의 강제동원 등으로 러시아 및 구소련연방 지역으로 이주한 자 고려인동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재 50만 명에 이르는 고려인 중 약5만 명은 연해주에 살다가 스탈린에 의해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한 후 1991년 소연방 해체 과정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모국의 무관심 속에 불법 체류자가 되어 거주국의 극빈층 노동자나 농민계층으로 전락하였고, 이들의 2세․3세는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에서조차 배제된 채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

이 법안은 주요 내용으로는 ▲고려인동포의 거주국의 국적 등 합법적인 체류 자격 취득과 지원을 위한 관련국과 교섭(안 제4조), ▲정부의 고려인 동포의 체류 자격 취득사업 추진 등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 의무화(안 제5조), ▲관련 사업을 심의하기 위한 고려인동포지원위원회를 설치(안 제6조), ▲관련사업 단체 지원(안 제7조) 등이 있다.

이범관 의원은 “이제 우리의 국력은 세계 13위에 이르고 있다”면서 “과거 역사적 치욕을 치유하는 차원에서도 고려인 동포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며, 이들의 국적 등 체류자격 문제를 해결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의원은 지난해 8월과 올해 5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여 고려인들의 실상을 목도하고 러시아 연방이민청 및 우크라이나 내무부 관계자 등과의 면담을 통해 합법적 체류자격 부여에 관한 협조를 당부한 활동내역을 묶은 ‘현지조사보고서’를 외교부에 제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