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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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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 ‘책고집’ 대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진짜로 그의 안부가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닐 거라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알 것이라 믿으면서 생뚱맞게 묻는다. 그렇게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람을 불과 3년 만에 새카맣게 잊고 사는 현실이 하도 신기해서 하는 말이다.

기억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가 실제 무슨 죄를 지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만 우병우 하면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가 있을 뿐이다. 검찰청 앞 포토라인에 서서 기자를 노려보던 살벌한 그 눈빛, 청문회에서 질문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던 ‘법꾸라지’ 이미지, 검찰청사 내에서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서성이던 실루엣. 앗, 빼먹으면 절대 안 되는 것 한 가지. 유난히 코너링이 좋아서 경찰 고위간부의 운전병으로 복무했다는 그의 아들에 대한 소문.

최근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추미애 법무장관에 대한 훗날의 기억 역시 우병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시점에서 쟁점은 군복무 시절의 아들이 ‘엄마찬스’를 썼는지 여부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추 장관의 표정과 말에 쏠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질의하는 국회의원을 향해 “소설 쓰시네”라고 말한 장본인이 아니던가. 8개월 동안 늑장 부리던 검찰이 드디어 ‘수사적 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어쩌면 일그러진 진실일망정 슬며시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르겠다. 이미 관심거리도 아니지만.

“진심이 중요하지만 우리 관계에서 더 필요한 건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오랫동안 친밀했던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진심보다 나를 대했던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 태도는 진심을 읽어내는 가장 중요한 거울이다.” <태도의 말들>(엄지혜 저, 유유 펴냄)에서 발견한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한창훈 저, 교유서가 펴냄)에 나오는 말이다. 근래 들어 유난히 태도에 대해 골똘하게 생각하는 성가신 태도가 생겼다.

인문독서공동체라는 그럴싸한 모임을 운영하느라 거의 초죽음이다. 인문학 강좌로 이득이 생길 리 없고, 독서가 돈이 될 리 없으니 순전히 자초한 고난이긴 하다. 그게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후배가 모 지자체장의 보좌진을 만나게 해주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눙치면서. 그래, 속없이 포부를 밝혔다. 우리 공동체에서는 노숙인과 자활참여자 등 가난한 이웃과 어르신을 위한 강연을 기획하고 있다고. 듣고 있던 비서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진심 어린 태도로 조언했다. “그런 분들 도와봤자 우리 쪽에 표 안 줘요.” 순간 귀가 의심스러웠다. 이어진 말이 더 가관이었다. “저희 단체장님은 그런 분들보다 청년이나 학부모에게 관심이 많으세요. 그분들 대상으로 강좌 기획을 해주시면 도울 일이 있을 거예요.” 세상에나, 지자체의 예산이 단체장 개인의 정치자금이라도 된단 말인가. 표가 되면 쓰고 표 안 되면 안 쓴다니. 그런 옳지 않은 태도는 도대체 어떤 신념에 기반한 것일까.

사람 만나는 것도, 뉴스를 보는 것도 겁나는 세상이다.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강요받기가 십상이어서다. 나는 깜냥부터가 이쪽도 저쪽도 아니건만, 어이없게도 지인이 저쪽이더라는 풍문 탓에 덩달아 그쪽으로 분류되곤 한다. 참 곤란한 일이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강양구·권경애·김경률·서민·진중권 저, 천년의상상 펴냄)가 출간된 이후론 더 심해졌다. 저자 중 두 명이나 강연에 불렀으니 ‘적들의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둥 어처구니없는 말을 지어내는 한심한 치들도 있다. 진심으로 그런 태도의 소유자라면 절대 우리 공동체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해주면 좋겠다.

삶은 속도나 방향보다 태도다. 매너가 사람을 만들고(Manner Maketh Man, 영화 <킹스맨>에서), 태도가 진실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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