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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문대통령 '종전선언·동북아 방역 협력' 제안에 북한은 응답하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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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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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에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했다. 종전선언이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고 이는 동북아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질서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북미 비핵화 대화와 남북 대화·교류가 교착된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고리로 동력을 찾으려는 의지의 표출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요청한 적이 있다. 당시는 잇단 남북정상회담으로 해빙 무드를 타는 국면이라서 지금과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비핵화를 두고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데다 11월 미국 대선이 있고, 북한의 외면으로 남북 대화도 끊겨 종전선언이 안타깝게도 갈 길 먼 이야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대한 상응 조치로 거론돼 온 만큼 협상 교착 상황에서 미국이 종전선언 진전 노력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핵무기를 확보한 북한도 표면적으로는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식으로 관망하는 분위기다. 북한은 오히려 기회 있을 때마다 자력갱생과 핵무장 등 군사력 강화를 강조하며 미국을 압박한다.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현재로선 종전선언이 논의되기 어려운 국면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북미 대화를 촉진하고 중재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밀고 나가는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종전선언 카드가 북미 협상의 급진전을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유엔과 국제사회에 한국의 변함 없는 의지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한반도 평화 과제를 거듭 각인하는 계기가 됐고 북미, 남북 간 긴장 완화와 대화를 위한 노력은 국제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희망 가득했던 변화가 중단됐지만,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남북 대화를 향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문을 걸어 잠근 요지부동의 상황이라 이른 시일 내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 비핵화를 끌어내려는 강력한 대북 경제 제재도 협상 진전의 주요 걸림돌 중 하나인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대안으로 북미의 틀에서 일정 수준 벗어나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려 하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기정사실화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남한 사회의 대북 피로도도 높아지는데 이는 북한에도 도움이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에다 최근엔 태풍 피해도 겹쳤다. 북한은 고난도 해법이 요구되는 비핵화 협상은 뒷순위로 미루더라도, 일단 남북관계에서만이라도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오길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 중국,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도 제안했다. 북한을 향해 이미 제기한 방역 협력을 다자 틀로 확대한 구상이다.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언급도 했다. 동북아 협력체가 방역·보건에만 국한하지 않고 북핵 해법을 찾는 다자안보체제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하는 발언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북한이 선뜻 긍정적으로 나오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이 분야에서도 북한은 남한에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북한은 다만 러시아로부터 구호물자를 받았고, 유엔으로부터도 일부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한을 향한 북한의 완고한 태도와 한일 관계 경색, 미·중 갈등 격화 등 국제 정세 탓에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이 당장 힘을 받기는 어렵다. 이번 제안에 꽉 막힌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려는 의지가 중요하게 투영됐다면,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다. 남북 사이에서라도 협력이 성사된다면 의미와 파급 효과가 클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동북아 협력체로 가는 길을 닦는 성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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