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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나토’와 아베의 긴 그림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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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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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 논설위원

   
▲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8월2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건강 문제로 사임한다고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4자 안보대화라는 뜻의 ‘쿼드’(Quad)는 2007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인도가 손잡고 중국에 대응하려는 비공식 안보포럼이다. 아베 총리는 ‘자유와 번영의 호(弧·활 모양의 지대)’라는 개념을 내걸고 미·일·인·호 4개국을 중심으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구도를 그렸다.

쿼드는 참가국과 중국의 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2008년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중국을 방문해 “인도는 ‘중국 봉쇄’의 일원이 아니다”라고 선언했고, 호주에선 중국 연구자 출신인 케빈 러드 총리가 취임해 쿼드 탈퇴를 선언하고 중국과의 화해 전략을 추진하면서, 쿼드는 흐지부지되는 듯 했다.

   
▲ 박민희 논설위원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의기투합하면서 잊혔던 쿼드가 되살아났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최근 이 구상은 미·일·인·호 4개국이 핵심이 되고 여기에 다른 국가들을 하위 파트너로 끌어들여 중국에 맞서는 다자 안보기구로 확대하려는 ‘쿼드 플러스’로 진전되고 있다. 냉전 시기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소련에 군사적으로 맞섰던 것을 연상시키는 ‘아시아판 나토’ 구상이다.

미국은 여기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신호를 계속 내놓고 있다. 최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잇따라 인도·태평양 지역에 나토와 같은 다자 안보기구가 필요하다면서, 쿼드 4개국에 더해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 등을 거론했다. 다음달 초 방한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한국이 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쿄에서 쿼드 4개국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하는 길에 한국을 방문한다.

쿼드에는 일본의 아시아 전략이 담겨 있다. 일본 우익세력은 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대만 등을 하위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평화헌법 수정, 자위대의 군비 강화와 활동 범위 확대 등을 통해 군사력을 강화하려 한다. 여기엔 중국을 누르고 일본이 아시아의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의도와 함께, 미국이 아시아에서 물러날 때에 대비해야 한다는 불안이 함께 작용한다. 아베는 남북한 화해를 추진하는 한국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쿼드 전략의 걸림돌로 여겨 집요하게 방해했고, 퇴임 뒤에도 ‘아시아판 나토’의 형태로 한국 외교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국이 미·일의 압박에 밀려 ‘쿼드 플러스’에 참여한다면, 우선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 큰 타격을 입고, 한국은 미·일이 주도하는 대중국 전략의 하위 파트너로 종속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파탄에 이르고 남북한 대치 구조가 고착화할 것이다. 동아시아는 오랫동안 군사적 긴장의 파고 위에서 출렁이겠지만, 정작 미국이 실제로 아시아에서 후퇴한다면 일본은 중국과 ‘강대국 간 타협’에 나설 것이고 한국이 손실을 떠안게 될 우려가 크다.

미-중 ‘신냉전’의 결말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양대 강국의 정면충돌이나 완전한 결별이 아닌 장기간의 경쟁과 갈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홍서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교수는 <미중 카르텔>에서 미-중의 갈등을 자본주의 국제질서 안에서의 일종의 카르텔 관계로 진단한다. 겉으로는 전쟁 불사의 기세로 싸우지만, 두 나라 모두 핵을 가지고 있고(전쟁은 공멸),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며, 서로 경제적으로 얻는 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담합과 타협을 해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패권전쟁의 외양에 현혹돼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강대국들은 싸우다가도 결정적 순간에 이익을 위해 담합한다. 임진왜란, 일본의 조선 강점, 분단 과정에서 한반도는 매번 강대국간 담합의 피해를 당했다.

물론 미·일과 중국 양쪽에서 밀려오는 ‘우리 편에 서라’는 압력에 홀로 버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세계를 둘러보면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면서 ‘편 가르기’에 휩쓸리지 않을 외교 공간을 만들려 노력하는 국가들이 있다.

독일은 미국의 유럽 내 주요 동맹이자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어왔지만, 최근에는 미·중과 적절한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무시 전략을 비판하며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화웨이 봉쇄에도 동참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인권 문제와 시장 통제 등을 비판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과 일본 등 민주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새 외교 정책도 발표했다. 미국과 안보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온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도 “미국이 중국을 적대시하는 것을 멈추라”고 경고하는 등 균형자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한국의 길도 이쪽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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