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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교민사회의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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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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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 / 기자

추석이 코앞이다. 오곡이 무르익고 온갖 과실이 풍성한 이 시기에 조상에게 감사인사를 드리고 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는 민족의 대명절이다. 그러나 올해 추석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르다. 코로나 여파로 도무지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비대면이 일반화되면서 왁자지껄한 추석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일가친척이 모이는 일조차 꺼려지는 현실이다.

   
 

뗏중투(Tet Trung Thu)로 불리는 베트남의 추석은 구정과 달리 큰 명절로 인식되지 않는다. 공휴일도 아니다. 올해처럼 추석이 평일이면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매년 추석이 오면 상당수의 베트남의 한국 교민들은 고국을 방문했다. 또 반대로 많은 한인들이 친지방문이나 여행을 위해 베트남을 찾기도 했다. 적어도 베트남 교민사회의 추석은 활기가 넘쳤다.

추석을 코앞에 둔 지금, 교민사회 분위기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격리 없이 해외를 오갈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한국 혹은 베트남 방문은 엄두를 낼 수 없다. 일부 교민들은 격리를 감수하고 한국에 가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다.

동나이시에서 작은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교민 A씨는 격리를 감수하고 얼마 전 명절을 쇠기 위해 한국에 갔다. A씨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내가 없으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지만 지난 설에도 한국에 부모님을 뵙지 못해 이번에는 꼭 가야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격리기간을 고려하면 근 2달간 자리를 비워야 한다. 직원들에게 업무 지침을 내려놨지만 안심할 수 없어 하루에도 수차례 공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그래도 A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또 다른 호치민시 교민 B씨의 경우는 이번 추석을 혼자 보내야한다. B씨는 단 몇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명절 때마다 한국의 가족이 베트남에 들어와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올해는 어려워졌다. B씨는 “가족 없이 혼자 보내는 추석은 태어나 처음”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B씨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기업인 및 주재원들 이 적지 않다.

아빠는 한국에서 일하고, 엄마는 교육을 위해 자녀와 함께 베트남에 거주하는 기러기 가족들에게도 이번 추석은 고통이다. 아들과 함께 호치민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효주(39)씨는 “남편이 1년에 2~3번씩 베트남에 왔는데 올해는 지난 신정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들과 나도 물론이지만 한국에 혼자 있는 남편이 너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부인과 아이 2명을 하노이로 보내고 2년째 ‘기러기 아빠’로 지내고 있는 강호준씨의 사연은 절절하다. “가족끼리 모인 단체톡방에 자주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요즘에는 대화가 별로 없다. 아이들 학교생활이 궁금하지만 아내에게서 듣는 이야기가 전부”라며 “명절에도 만날 수 없어 아빠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명절에도 가족을 만날 수 없는 교민들의 사연은 한 둘이 아니다. 이로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혹자는 “베트남에서는 다행히 추석날 쉬지 않아 열심히 일하면 시간은 금방 갈것”이라는 ‘웃픈’ 명절 계획을 말하기도 한다. 코로나가 교민사회의 추석 풍경을 생경하게 바꿔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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