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현 / 중국정법대 교수

40년간 中굴기 지켜본 바이든
민주국가와 손잡고 압박 예상
中선 개방카드등 전략적 활용
美주도 연합전선 와해나설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 전문가다. 개혁개방 직후부터 40여 년간, 의원과 부통령 신분으로 중국을 다뤄왔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부터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중국 최고지도자들을 모두 만나면서 중국 굴기 전 과정을 목격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중국 내 분위기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중국을 호되게 욕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점을 기대한다. 반면 중국을 너무 잘 안다는 점은 내심 걱정이다.

지금 중국 내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놓고 논의가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 표현은 점잖겠지만 더 강경할 것, 강경하겠지만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는 등 여러 갈래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세 가지 점에선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첫째, 동맹을 포함한 민주국가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중국을 압박한다. 둘째, 중국이 미래 기술과 산업 발전을 주도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수단과 방법으로 견제한다. 셋째, 기후변화나 핵 비확산, 글로벌 보건위생 등 국익이 합치하는 영역에선 협력한다는 점이다.

이 중 중국이 가장 신경 쓰는 건 미국 주도의 신민주연맹이다. 미국이 서방 민주국가들과 연합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는다. 막대한 경제 규모를 무기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위반하면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는 전략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혼자 때렸지만 바이든은 떼로 몰려와 중국을 혼내려는 전략"이라고 이해한다.

중국은 2년 넘게 미국과 무역전쟁 중이다. 바이든이 이를 끝내 주길 간절히 바라지만 확실치 않다. 바이든은 자유무역 대신 공정무역이란 용어를 고집하고, 미국 내 제조업에 의미 있는 투자가 이뤄지기 전까지 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한 제재는 그대로 놔두고 새로운 규정에 기반한 협상을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남중국해, 대만, 홍콩 문제도 간단치 않다. 바이든은 2013년 방중 당시 시 주석과 나눈 대화를 여러 차례 공개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자유항행을 반대하더라도 미국은 이를 계속할 것임을 직설적으로 얘기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불법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민주당 대선공약집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란 용어를 모두 삭제했다. 중국은 이를 대만, 홍콩 문제로 중국을 계속 공격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중국은 겉으론 강경하다. 중국이 먼저 공격은 하지 않겠지만 미국이 압박과 봉쇄를 계속한다면 정면대결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바이든의 `중산층 경제외교`에 주목하고 있다. 중산층을 재건하려면 미국은 경제 회복이 급선무다. 또 세계경제 점유율 하락을 멈추지 못하면 미국이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절대 포기할 수 없고, 결국 중국에 손을 내밀 것이란 분석이다.

개방 카드도 들여다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금융시장 일부 개방으로 2년간 6000억달러 해외 자금을 빨아들이는 효과를 과시했다. 미개방 분야를 전략적으로 잘만 활용하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이해가 서로 충돌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대중국 연합전선은 와해되거나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고 기대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토니 블링컨을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을 안보보좌관으로 각각 임명했다. 오랜 기간 중국을 다뤄온 `중국통`들이다. 미국은 과거엔 국무부, 상무부, 국방부가 중국을 상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부처가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응 중이다. 분명한 건 양국 대결은 새로운 양상으로 더욱 치열하게 전개 중이고 그 과정에서 힘의 질서도 변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전 세계는 숨죽이고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