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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순자 씨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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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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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 논설위원

   
 

주한 미군이던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메릴린 순자 스트리클런드는 두 살 때 서울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늘 인종차별에 시달리던 부모는 그에게 당부했다. “순자야, 우리가 살면서 갖지 못한 기회를 네가 얻으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 옳은 것을 위해 싸우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약자를 위해라.” 순자는 좌절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는 치어리더를 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보험회사,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하다 경영학석사(MBA) 학위도 취득했다.

세월이 흘러 그 ‘순자’가 한복을 입고 3일(현지 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17대 연방하원 개원식에 섰다. 순자, 곧 스트리클런드 의원(59)은 붉은색 저고리와 보라색 치마를 입고 취임 선서를 했다. 주변 사람들의 무채색 정장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그는 소수인종의 설움을 극복하고 워싱턴 터코마 시의원과 시장을 거쳐 이번에 미국의 첫 한국계 여성 하원의원 3명 중 한 명이 됐다.

정치인의 패션은 강력한 메시지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고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는 늘 민속의상을 입었다. 유력 정치가문의 딸들이었지만 ‘남성들의 리그’에서 치열해야 했던 그들은 민속의상을 통해 남녀의 경계를 뛰어넘었다.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한복을 택했다. “한복은 내가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을 상징하고 우리 어머니를 명예롭게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트위터에 썼다.

한복은 그냥 민속의상이 아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패션 중 하나다. K팝과 한국 드라마 덕분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아이돌’과 ‘대취타’,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도 한복이 나온다.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재미(在美) 한인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K컬처에 설레는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뿌리’를 알리려 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떤 역경도 극복할 수 있는 한국인의 저력을 한복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순자’는 일종의 ‘흙수저’였다. 그는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나를 여기까지 이끈 어머니의 인내와 강인함을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부모의 당부대로 세상의 흙수저들에게 교육과 기회를 넓히는 일들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호흡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찾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여성 참정권을 획득한 100년 만에 여성 부통령과 사상 최대의 여성 의회 당선인을 배출한 미국에서 한복 입은 순자 씨가 ‘열린 정치’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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