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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꿔놓은 한인사회 풍속도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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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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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 특집기획국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해 3월13일 급격하게 증가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지 1년이 지났다. 세상은 이젠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AC(After Corona)로 구분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은 지난 1년동안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축하하고 위로해주는 한인들의 경조사 문화가 특히 그렇다. 사람간에 사회적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코로나 일상’은 일생에 단 한번뿐인 결혼식의 행복까지 앗아갔다. 지난해 9월 악화일로를 거듭하는 코로나19로 수차례 결혼식을 연기했던 딸이 불가피하게 서류상의 법률적인 혼인신고를 하고 먼저 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친지는 고사하고 양가 부모도 참석하지 못한 채 안전상의 문제로 줌 화상회의로 결혼식 장면을 지켜봐야하는 아빠의 입장이 참으로 난감했다. 아쉽지만 상황이 진정되면 제대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이제는 보수적이었던 대다수의 한인 부모 세대들도 본의 아니게 혼기를 앞둔 자녀들이 먼저 동거한 후 결혼하는 트렌드에 호의적인 분위기다.

지난 1월초 한인타운의 한 장의사에서 열린 친구의 부친 추모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다.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폭증하고 장의사는 예약이 밀려 유가족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장례식을 치루기가 힘들어 그나마 아침 7시반에 간신히 시간이 잡혔다. 주위에 부담을 준다며 아예 부친의 부고소식을 알리지 않아 친구 부부와 손자, 손녀, 미망인 등 직계가족만 쓸쓸히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기자는 문상객으로 유일하게 배석해 유가족을 위해 고인의 관앞에서 기도를 드리며 우리가 엄청나게 바뀐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같이 사는 가족이 아니면 서로 만나서 밥 한끼 먹는 것도 여의치 않게 만들었다. 특히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등 명절이면 그래도 멀리 떨어져있는 가족간에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던 모습도 코로나19로 인해 사라지고 못내 아쉬우면 줌으로 만남을 대신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한인 커뮤니티의 사회 및 경제 단체들도 초창기 시행착오를 거쳐 줌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화상회의가 정착됐다. 모일 수가 없으니 줌없이는 이제 아무 활동도 할 수 없는 온라인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원래 기자는 혼밥을 절대로 하지 못하는 라이프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식당의 영업이 제한을 받게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을 만나기가 서로 부담이 되면서 이제 혼밥이 자연스러워졌고 편하기까지 하다. 실내 집회 제한으로 교회의 예배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샤핑센터도 가기 부담스럽다보니 온라인 사핑이 자연스럽게 생활습관이 되었다. 보통 직장 출근때 양복을 입었는데, 이젠 지난 1년간 몇 번 양복을 입었는 지 생각이 안 날 정도이다. 미용실도 수 차례 열고 닫기를 거듭하면서 영업에 제한을 받다보니 아예 미용기구를 사다가 집에서 커트하는 일이 편해졌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 골프인지라 한인사회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골프 열풍이 불기도 했다.

특히 팬데믹 사태로 말미암아 타운의 유명식당 전원, 낙원, 동일장, 베버리 순두부 등이 폐업을 하는 상황까지 치달은 가운데 야외 패티오가 이제는 한인요식업계의 자연스러운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LA 한인요식업소의 야외 패티오 영업은 젊은 층이나 타운을 찾는 외국인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어 밤마다 한인타운 샤핑몰의 파킹장이 텐트촌을 연상하게 할 정도이다. 타운의 식당업주들은 그동안 식당의 실내영업이 재개되었다가 폐쇄되기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계획을 세우기가 힘들고 많이 지쳐있는 상태이며 그나마 하루빨리 실내영업이 정상화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그동안 당연시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온 사회가 비대면, 비접촉으로 변하고 인간관계마저 단절되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느낀 감정중의 하나가 고립감과 외로움이었을 것이다.

본보는 지난 1년간 한인사회 주요 단체들과 손잡고 코로나19 극복캠페인 ‘우리 함께 이겨나갑시다-사회적 거리두기·손 씻기·마스크 쓰기’를 펼치며 힘겨운 나날을 지내고 있는 한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코로나19로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마음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진 가운데 서로 배려하고 함께 하면 이 난관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 우리에겐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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