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 MA 서부 한인회장]

유좌지기(宥坐之器)란 그릇이 있다. 이 그릇은 속이 비면 늘 삐딱하지만 물이 차면 수평을 유지한다. 무엇을 일러주려는 것인가?

그와 상반되는 계영배(戒盈杯) 라는 술잔이 있다. 7할이 넘으면 다시 비워지는 술잔을 현자는 왜 만들었을까?

가로와 세로를 통해 수평을 유지하고 왼쪽과 오른쪽을 가린 것은 만유의 상생에 대한 변화를 나열해 삶의 균형추인 공정과 균등을 말하고자 함이다.

누가 누굴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것은 우리 삶의 저변에서 늘 일어나는 일상이다.

집단도 다르지 않다. 민주란 다양성을 품고 도도하고, 장엄하게 흐르는 거대한 정체다. 협소하게 가리고 추려서 통제하려면 그에 걸맞은 공적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여기다 대중을 움직이려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법령이면 그냥 따르면 되지만 여기에 자율이란 워딩이 첨부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따라서 민주란 개체이며 주체이다.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다는 의미다. 맨 아래부터 꼭대기와 연결된 이 거대한 흐름을 따라 사람이 모이면 문제도 생기기 마련이라 그에 걸맞은 룰이 필연이다. 그러나 이 규칙은. 첫째가 품어 안는 것이며 둘째는 이야길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반성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규칙은 벌하거나 내치는 기능이 아니라 살피고 품는 대상이다. 그래야 조직은 부드럽고 더 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중간에는 늘 숨기고 싶은 과거라는 놈이 따라붙는다. 과거에 저놈은 이랬어. 저랬어. 그런 놈이니 별 볼 일 없어. 생각해 보시라 과거를 이야기하면 누구나 동등해진다. 왜냐하면, 과거엔 너나없이 똥 오줌 가리지 못해 기저귀 차던 너와 나이다. 이쯤 되면 나는 누구이며 상대는 누구냐? 즉 상대는 나의 또 다른 나이다. 하여 품어 안는 것이며 우리는 한민족이다. 남북은 하나로 어우러져야 한다. 반목의 원인은 외세에 있었으나 내부의 동조자가 있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그때는 동조자가 주체였으나 지금은 개체이다. 그리고 그 개체는 이미 사멸해가는 존재이다.

이제 허비할 시간이 없다. 우리가 못하면 다음 세대가! ㅡ그렇지 않다. 다음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변화는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며, 주인이 되려면 자신의 이름을 써 새기는 것이다. 본질을 꿰뚫는 안목이 중하다. 중지를 모으고 규칙을 만드는데 시간을 낭비하면 소는 죽는다. 득우(得牛) 라 했다. 소를 잡아야 한다. 소는 모두의 여망이다. 우리땅에 저들 마름대로 박은 쇠 말뚝 우리가 뽑는데 눈치를 보는 것은 한심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