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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의 허상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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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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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란 문구가 일반에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90년 전부터다. 역사가 제임스 트러슬로 애덤스가 1931년 출간한 ‘미국의 서사시’에 이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가 밝힌 ‘아메리칸 드림’은 모든 사람이 풍족한 삶을 살고, 열심히 일한 성과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받는 꿈의 땅을 의미했다.

최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다.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역을 맡았던 배우 윤여정씨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큰 화제가 됐다. 한국 배우가 오스카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에 온 한인 가정이 아칸소주 시골 마을에 정착하면서 부딪히는 이민생활을 진솔하게 그린 영화다. 한국인만이 간직하는 인정과 향수, 이민 가족이 겪는 갈등, 부모와 자식 세대의 이질적인 사고, 하지만 가족이라는 동질의식과 사랑으로 화합하는 결말이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영화다.

미나리는 생존과 번식이 강해 작은 연못이나 시궁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오염된 늪에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잘 적응하고, 오염까지 정화시켜준다.

한인 이민 가정의 끈끈한 가족애, 끈질긴 생명력,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력이 미나리를 닮았다고 해서 영화 제목을 미나리로 정했다고 한다. 정이삭 감독(78년생)은 이민 1세대는 휴식도 없이 일하며 희생하지만 2세대는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해 미국 사회로부터 인정받기를 기원하는 심정으로 자전적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미국의 역사는 사실상 아메리칸 드림이 이끌어 왔다. 19세기초 유럽 이민자들은 신대륙에 대한 동경, 토지 소유에 대한 욕심, 부의 축적이 그들의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유럽 이민자들은 대서양을 건너면서 신분제라는 멍에를 바다에 던졌고, 신대륙에 건너와서 평등의 기회를 건졌다.

40년 전 레이건 대통령은 백악관 행정부의 흑인 구성원을 보면서 “모든 미국인은 개개인의 능력이 편견없이 평가받을 권리가 있으며 자신의 꿈과 노력이 허용하는 한도까지 뻗어갈 수 있다”면서 아메리칸 드림은 평등한 기회와 사회적 상향 이동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10년 전 버럭 오바마 대통령은 미셸 여사를 아메리칸 드림의 사례로 들었다. “그녀는 노동자의 딸로 자랐지만 프린스턴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기에 능력을 인정받고 사회적 상승을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의 이상이며, 이민자들의 선망이다. 하지만 세계가 하나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형성되면서 국가간의 장벽이 흐려진 세계화 시대를 맞아 아메리칸 드림은 희석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개척정신은 한탕주의로 타락했고, 자수성가로 성공한 신화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졌다. 개인의 능력이 이기주의로 변질되면서 공동체 의식은 사라지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삶의 질도 점점 낙후되고 있다. 일부 BLM 운동은 사회 질서를 무시하고, 곳곳에 홈리스들이 즐비하고, 남부 국경지역엔 불법이민자 집단이 생계보장 시위를 하고 있다. 이를 보면서 이민자들에겐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이 아직도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마이클 샌델 교수(하버드대)는 최근 출간한 ‘공정하다는 착각’(2020년)에서 “고학력 세습이 부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능력주의가 약자들의 기회마저 빼앗는 , 능력과 정의가 공존하기 힘든 시대로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승자의 오만함과 패자의 굴욕감 사이에 미국 정부는 과연 어떤 정책 조율로 아메리칸 드림을 살려 낼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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