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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33명 확진 도시, 석 달째 봉쇄된 이유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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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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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하노이 특파원

   
▲ 지난달 15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칸막이도 설치되지 않은 공립학교 운동장에서 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 정재호 하노이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일일 최대 133명, 평균 50여 명.

   
 

900만 명이 모인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최근 3개월 방역 성적표다. 의료시설의 태부족을 생각하면 많다면 많을 수 있는 수치이긴 하다. 그러나 이 숫자들이 마트와 약국 등 필수시설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업을 중단하고 시민들의 외출까지 금지시킨 근거로 작동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열대 지역국이 가진 뿌리 깊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중앙 정부의 방역지침쯤은 가볍게 어기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설득력은 떨어진다.

오히려 답은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설전에서 찾을 수 있다. 백신 접종 완료증ㆍ통행 허가증 등을 제시하며 검문 통과를 원하는 시민들과 "종이는 안 된다. QR코드를 보여라"라는 공안들의 끝없는 실랑이.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나라에선 당연히 공권력이 싸움에서 승리하고 봉쇄는 이어진다.

5G 상용화를 앞둔, 동남아의 인터넷 강국이란 베트남이 어쩌다 이런 혼란에 놓였을까. 기실 중앙 정부는 지난해 3월 '블루존'(Bluezone) 등 두 종류의 자가신고 앱을 내놓았을 뿐, 이를 통한 시민들의 방역 정보 관리에 소홀해 왔다. 그러다 지난달에야 백신 접종 현황까지 확인 가능한 통합 방역 앱 'VNEID'를 허겁지겁 내놓았다. 7월 매일 1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뒤에야 외양간을 고친 것이다.

늦게나마 내놓은 시스템도 해결책은 아닌 듯하다. '접종 우선순위'는 지켜지지 않고, 정부는 백신을 각 지역에 던진 뒤 "15일까지 1차 접종을 무조건 완료해라"고 강요할 뿐이다. 접종장소인 병원과 공립학교가 몇 달째 이발을 못 한 더벅머리의 현지인들로 북새통인 건 당연지사. 주사 부위를 누를 소독 솜마저 깜박하는 현장 인력이 접종 현황을 시스템에 빨리 등록할 것이라 믿는 이도 거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혼돈의 시대. 한 국가의 방역 철학이 왜 중요한지, 베트남은 우리에게 그 중요성을 몸소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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